중국 IT산업의 실상과 허상 3. 중국 SW기업의 인해전술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남영호 교수 (20160930)


중국의 SW산업은 2010년 이후에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림에서 보듯이 매년 30%의 성장을 하였다. 5년 만에 약 4배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도에 1조 위안을 넘지 않던 시장 규모가 2013년에는 3조 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따라서 2009년에 중국 SW산업을 둘러본 분이 5년 만인 2013년에 다시 중국 시장을 둘러본다면 경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 파트너에게 우리 SW제품 소개를 하다 보면 중국의 개발력에 대해서도 놀라게 된다. SW기업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고, 시장에 없는 SW가 있을까 할 정도로 세상의 SW는 다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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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중국의 SW산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의 배경, 특히 중국 정부의 강력한 국산화 정책 및 SW기업의 거대화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프에서 보았듯이 중국의 SW산업의 발전은 일반적인 산업의 성장곡선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산업규모가 5년 만에 4배가 커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정치체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산당의 黨治>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적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사회 체제는 사회주의 성격을 띠면서 경제는 자본주의처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연결시키는 고리가 정치체제이다. 특히 공산당의 일당독재 방식이다. 기타 정당도 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으며 완전한 공산당의 통치, 즉 당치 (黨治)국가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도 당치의 한 결과이다.
아직도 중국 공산당이 법 위에 존재하는 당치 (黨治) 국가이므로 중요 사안이 생기면 법률에 근거하여 해결하는 법치 (法治)보다 당의 결정이 우선적으로 실시된다. 모든 국가기관, 국유기업 및 대형 민간기업에 공산당 조직이 있으며 행정조직의 상위에 당 (黨)이 있는 구조이므로 중국 정부의 정책은 당 조직을 통하여 사회 곳곳에 신속하고 완전하게 전달되고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국유기업의 영향력
중국시장을 이해하려면 정부의 시장 장악력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정부 정책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아직도 주요 산업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수많은 국유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산하의 국유기업처럼 매우 규모가 크고 일반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업도 있지만 지방정부와 관계되는 국유기업들은 셀 수도 없이 무수히 많이 있다.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주창한 이후로 주식회사제도를 도입하고 국유기업의 민영화 또는 사영화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국유기업은 국민총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중국의 500대 제조기업 중에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65.35%이며, 납세액 기준으로는 81.95%를 차지한다.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15만 여개 국유기업이 있다. 국유기업 중에서도 중앙정부가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소유한 중앙 국유기업도 110개나 된다. 중앙 국유기업은 2013년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9%나 된다. 대형 국유기업은 그 산하에 수많은 자회사,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므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아래 표에는 매출액 순위 10 대 중앙 국유기업을 나열하여 놓았다. 석유화학, 통신, 은행, 건설, 자동차 등 인프라에 관련된 기업이 대부분이다. 1,2위 기업이 석유화학 관련이며 3,6,9위 기업이 건설 관련이며, 4위 기업이 통신 관련, 5,9,10위 기업은 은행이며, 7,8위 기업이 교통관련 기업이다.

2013 年中国5 10强 국유기업 (단위: 백만 위안)



우리 기업인이 만나는 대형 파트너 기업들의 소유 지분 관계를 따져 들어가다 보면 국유기업이 주종을 이루게 된다. 비록 명목상으로 국유기업은 아니더라도 대학교가 투자한 기업이나 대학교수가 만들어서 스핀오프 (spin-off)된 기업, 군대가 관여하는 기업, SW공단에서 투자한 기업 등 국유기업과 행태가 유사한 성격의 기업들이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국유기업들이거나 몇 다리 걸쳐서 국가기관이 관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거의 모든 대학은 국립이며 모든 교직원은 공무원이므로 이들이 투자하거나 참여한 기업은 국가의 영향 하에 있다. 또한 SW 단지에 입주한 유망한 SW벤처기업들은 해당 단지 관리본부나 단지 관리에 관여하는 주요한 정부인사에게 지분을 주고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지분을 정부 관리에게 주고서 이들의 보호를 받게 되며 정부 정책에 기대어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당치 (黨治)는 결국 인치 (人治)로 연결된다.


<기업 대형화의 배경>
기업의 대형화는 정부의 정책으로도 추진하고 있다. 매출 1,000억 위안 이상의 기업을 3개 만들고, 매출 100억 위안 이상의 기업을 10개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할 정도로 SW기업 대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12-5 발전계획 (2011-2015)에서는 2015년까지 SW 산업의 규모를 4조 위안, 즉 약 700조 원으로 확대하고 IT산업 중 SW산업의 비중을 25%로 확대하며, 이를 위하여 연평균 24.5%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SW산업 중에서 IT서비스의 비중을 늘려서 60% 이상을 점유하도록 육성하고자 한다.
중국 SW 기업의 규모의 확대와 기술적 성장이 급속도로 이루어진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의 세 가지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SW 인력과 자금 등의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 사업이다. 둘째, 기술개발 국책 과제를 통한 기초 SW 능력의 배양이다. 셋째, 중국 기업에게 시장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장조성 사업이다.
첫째, 인프라 조성 사업에는 여러 가지 정책수단이 동원되었지만 가장 중요하며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기술 클러스터의 형성 사업, 소위 SW Park 조성 사업이다. 그 외에 SW기업 대형화 사업과 국가중점 SW기업 지정제도가 있다.


SW Park 지정제도
과거 10여 년 동안 국가 및 지방의 SW Park의 지정을 통하여 첨단산업단지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2001년 중국정부는 중국의 주요 10개 도시, 北京、上海、大连、成都、西安、济南、杭州、广州、长沙、南京에 SW Park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목적은 낙후된 SW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지역 거점을 만들어서 관련된 기업의 집적화를 도모하고, 인재 및 자금 등의 인프라 지원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SW 클러스터 육성계획의 목표치로는 매출액 5,000억 위안 이상의 클러스터를 2-3 지역 만들고, 매출액 1,000억 위안 이상의 클러스터를 10개 이상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개별 SW Park들이 앞 다투어서 해외기업을 유치하였으며 해외기업의 기술이 스핀오프 되면서 중국의 기술수준이 진일보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제법 규모를 갖춘 국제적인 단지로 변신하고 있으며 우수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여서 우수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초기에는 중앙정부가 단지 조성 등 판을 짜주었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지방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SW Park이 활성화되었다.


중점 SW기업 제도
이러한 성장 정책의 이면에는 SW기업의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제도가 있으며 많은 혜택이 있다. 그 중에서도 2001년에 시작한 중점SW기업 (国家规划布局内重点软件企业) 제도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들이 신청하고 있다.
중점SW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도 어렵지만 자격을 받으면 혜택도 듬뿍 주어진다. 중점SW기업이 되면 주어지는 혜택은 기존의 SW기업이나 high-tech기업이 받는 혜택과 더불어서 기업 소득세의 세율 10%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소득세가 25%인 점을 감안하며 매우 파격적이다.


기술개발 사업
둘째, 우리나라와 같이 기술개발에 쏟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대단하다. 기술개발자금 중에서 SW 산업과 관계되는 것은 “836 프로그램 (国家高技术研究发展计划)”과 “核高基 (核心电子器件、高端通用芯片及基础软件产品) 프로그램”이 있다.
핵심전자기기와 부품 (核心电子器件)의 앞 글자인 核, 고급범용IC (高端通用芯片)의 앞 글자인 高 및 기초SW제품(基础软件产品)의 앞 글자인 基를 따서 “핵고기(核高基)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시간적으로 836 프로그램은 83년도에 등소평주석이 발의하여 시작되었고, 核高基 프로그램은 836 프로그램에 이어서 2012년도에 기초SW의 육성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 두 가지 기술개발 계획이 IT분야의 발전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내용이 유사하며, 시기가 연결되어 있어서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간주할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核高基 프로그램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수많은 인력이 이 과제를 통하여 OS,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 등의 산업에 투입되었고 현재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장 조성사업
셋째, 시장 조성사업에는 두 가지 대표적인 사업이 있는데, 지방 자치단체별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 씨티사업과 국산 SW 사용 정책이다. 이 정책들은 SW산업과 연관되어 있지만 여러 부처의 정부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특히 국산SW 사용정책과 함께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는 운동은 해외제품 배척운동이다. 去IOE 운동로 대변되는 정책이며, 민간주도이지만,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SW제품 국산화 정책은 현재 진행형이다. 12-5계획, 즉 12차 5개년 계획 (2011-15)에서 공공기관은 중국산 SW를 70~80% 이상 구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중국 공공기관, 즉 국유기업, 중앙, 지방정부 및 학교, 병원, 군대 등의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책의 파급효과는 해외 기업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관계되거나 보안에 관련되는 제품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국 정부 및 공기업에는 판매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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