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회 영림원CEO포럼] 후회없는 결정하기-이성과 감성 사용설명서

“충분한 자료 수집과 과학적 분석이 후회없는 결정의 첩경”

연강흠 연세대 교수, 154회 영림원CEO포럼서 ‘후회없는 결정하기’ 주제 강연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겸 미래교육원 원장이 5일 15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후회없는 결정하기-이성과 감성 사용설명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 겸 미래교육원 원장
연강흠 교수는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정확한 정보를 기반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가장 유리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결정이나 재무분석 등 절대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결정을 경영자의 감성이 지배하게 되면 오류를 범하게 되고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라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자기통제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꾸준히 합리적 사고의 교육과 훈련으로 의사결정과정을 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충분한 정보 분석 없이 감성에 의존한 결정은 실패 부른다” = ‘후회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후회하지 않는 결정’은 무엇일까?.

두 개의 줄이 있는데 한 줄에 서면 100만원을 그냥 주고, 다른 한 줄에 서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1억원을 준다고 할 때 여러 분은 어느 줄에 설 것인가? 대부분은 1억원을 준다는 줄에 선다. 그런데 져서 100만원이라도 받을 걸 후회하면서도 다시 기회가 오면 후자를 또 선택한다. 다만 운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이다.

윤석철 교수는 기업의 생존부둥식으로 ‘가치(V) > 가격(P) > 원가(C)’를 제시했는데 ‘고객의 가치 극대화’와 원가를 낮추는 ‘경영효율화’가 그 핵심이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보다는 가치가 높은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가? 기업 재무정보와 시장금융정보 등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30년간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만난 사회의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투자하는 관행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투자를 해놓고 후회하는 이유는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지 않고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급박한 상황에서 충분한 정보 분석 없이 감성에 의존한 결정은 실패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이 뒤바뀔 때 문제 발생 = 사람을 대하느냐 사물을 대하느냐에 따라 각각 감성적,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 즉 인사조직, 영업 마케팅 등 사람에 대한 결정은 감성적으로, 재무 회계, 생산 물류 등 사물에 관한 결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그 판단의 방식이 뒤바뀔 때 발생한다. 이성과 감성이 싸울 경우 특정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연 덕후, 자연에 빠지다’라는 책에서는 저자들 간의 감성과 이성의 싸움이 펼쳐진다. 고라니가 도로변에서 로드킬을 당한 것을 놓고 한 저자는 가슴 아파하며 숲속의 서식지를 어떻게 지켜줄지 고민하는 반면 다른 저자는 죽음은 안타깝지만 환경 파괴로 먹이사슬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지금 로드킬은 고라니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있다고 주장한다. 작금의 저출산도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인간의 자연스런 노력일 수도 있다는 시각인 셈이다.

감성의 사용과 관련해 ‘틀짜기(Frame Dependence)’라는 용어가 있다. 어떻게 질문의 틀을 짜는가에 따라 답변이나 선택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외국의 실제 사례로 어느 장님이 ‘도와주세요’라고 팻말을 들고 구걸을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팻말의 글을 바꾸자 갑자기 수입이 크게 늘었다. 그 글은 “참 아름다운 날이다. 난 볼 수가 없어요”였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말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기회비용’ 고려 않고, ‘매몰비용’ 고려가 그릇된 결정 낳아 = 경영 현장에서 이성적으로 해야할 것을 감성적으로 결정할 때 어떠한 그릇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살펴보자.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을 보면, 결론적으로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일관적이지 않으며 너무 감성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으려면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고려해야 하며, 매몰비용(sunk cost)은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이며,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이를테면 어느 직장인이 2년간 해외 MBA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그간 준비를 해오다가 마지막에 사표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할 때 2년간 연봉이 기회비용이며, 사전 준비 비용이 매몰비용이다.

기회비용은 비즈니스 모델의 벤치마크이며 비교 대상이다. 비교해서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려면 기회비용을 알아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강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의 연봉을 감안하면 시간당 강의료는 매우 소소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은 강연에 참석한 대학생의 1~2명이라도 우리 회사에 입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회비용의 혜택을 설명하는 단적인 예다.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은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라며 쉽사리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소니는 1957년 포켓 크기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둔 후 4년이 지나 1961년 컬러 TV 개발에 착수하는데 불량품이 속출해 팔수록 손해를 보면서 위기에 처했다. 마침내 5년 후 이 사업을 중단하는데 “소니가 하면 된다”는 과신과 “그동안 들인 노력이 얼마인데”라며 매몰비용에 빠진 것이 그릇된 결정의 이유였다.

◆“인간, 손실회피 증상에 걸리면 스스로 통제 못해” =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도 “인간은 주관에 휘둘러 충동적이며, 집단적으로 똑같이 행동해 자기 과신과 편향에 빠진다”라며 손실이 난 투자를 오랫동안 보유하며, 매몰비용 원칙을 위배하는 것을 경고했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또 인간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향으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 “인간이 리스크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손실이다. 만일 손실이 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만회해보겠다는 생각에서 우려스러운 행동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손실회피 증상에 걸린 것이며 이렇게 되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어진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확률’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그릇된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다.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라는 것이 있다. 1963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TV 게임 쇼 ‘Let’s Make a Deal’의 진행자인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게임 참여자가 A, B, C라는 3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문 뒤의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다.

한 문 뒤에는 스포츠카가 있고, 다른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게임 참여자가 A라는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C문을 열어 염소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진행자는 게임 참여자에게 원래대로 A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B문으로 바꿀 것인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가 흥미롭다. 일반인은 3/4가, 경제학자의 경우에는 2/3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 잡지 ‘퍼레이드(Parade)’의 인기 칼럼리스트인 마릴린 보스 사반트(Marilyn vos Savant)는 1990년 9월에 쓴 칼럼에서 “당연히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선택을 바꾸면 스포츠카를 맞출 확률이 2/3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이큐는 228이었다.

◆“확률적용, 우리의 DNA에 내재되지 않아” =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왜 선택을 바꾸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실수를 연발한다. 또 다수의 결정을 따르면 후회를 피할 수 있다는 ‘후회기피(regret avoidance)’ 심리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면서 ‘확률’을 잘 적용하려 하지 않는다. 확률 적용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 양식에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원시 시절부터 생존과 짝짓기, 협동에 대한 욕구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어서 우리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고 했다.

확률 적용은 아직 우리의 DNA에 내재되지 않았다. 인류는 약 400만년 전 나타나 수렵생활을 하다가 약 7천년 전에서야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판단해왔다. 인류가 확률을 계산하며 산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인간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완패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에 경영을 맡겨야할지도 모른다. 특히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재무 회계 등 사물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합리적 사고의 교육과 훈련 꾸준히 해야 = 기업의 실패 원인은 과신(overconfidence), 손실회피(loss aversion), 매몰비용(sunk cost) 등에 있다.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개인적인 의사결정보다 더 오류를 빚는 경우도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감성의 작용으로 초래하는 그릇된 결과를 방지하려면 자기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의 자기통제 방법으로는 매뉴얼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손절매(loss cut)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컴플라이언스을 구성하며, 그리고 기업 내부에 가상 적군 ‘레드팀’을 만드는 것 등이 있다.

BTS는 무대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무한 반복의 연습을 하고, 골퍼 역시 무한 반복의 훈련으로 몸이 스스로 알아서 친다고 한다.

경영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후회없는 의사결정을 하려면 합리적 사고의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후회없는 결정을 하려면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충분히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며 ▲정보를 이용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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