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규제 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 어렵다”

이병태 KAIST 교수 제128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사진)가 6일 제12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AI의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상으로 기존 혁명만큼의 큰 임팩트는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하며, 경제 권력의 지방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상” =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답변이 많다. 경제사적으로 혁명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했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인류는 200만년전 수렵 생활을 해오다 1만년전에서야 1차 농업혁명으로 식량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200년전 2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고 60년전 3차 정보화 혁명을 거쳐 지금은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 프린팅, 유전자 기술 등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기기 혁명을 불러일으킨 3차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상일 뿐이며, 1,2,3차 혁명만큼의 커다란 임팩트는 기대하기 힘들다.

2007년 등장한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2016년 시가총액 톱5 기업은 모두 IT 회사로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3년 맥킨지가 내놓은 디지털 인덱스를 보면 그간 디지털화가 미진했던 건설, 토목, 자원 개발,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산업 분야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디지털화와 디지털화의 갭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GE는 사물인터넷에 몰두하고 있으며,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진격하고 있다.

디지털은 모든 사물에 침투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글은 정보검색 업체로 출발했지만 자율주행차에 이어 의료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타임지는 표지에 “구글은 죽음도 정복할 것인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디지털화는 앞으로 빠르게 진행되어 10년 뒤면 항공, 음반, 영화, 신문 산업의 디지털 비중은 평균 44%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디지털 금융도 오프라인 금융회사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20년에 이르면 금융산업 종사자는 지금보다 40~4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국도 금융산업 종사자가 2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IoT 10여년전 유비쿼터스와 유사, 무엇이 달라졌나? = 4차 산업혁명의 전형적인 사례는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이다.

먼저 사물인터넷은 기업과 인류에 무슨 가치를 주나?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전에 없었던 유용한 데이터의 수집이며, 또다른 하나는 원격지 사물의 실시간 제어이다.

그 적용사례로 데이터 수집의 경우 스마트 냉장고를, 원격지 사물의 제어는 스마트 도어락을 들 수 있다. LG전자의 스마트 냉장고는 와이파이를 장착해 스마트홈 서비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고지(GOji)의 스마트 락은 내장형 카메라를 통해 출입자의 사진을 집주인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물인터넷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0여년전 유행했던 유비쿼터스 컴퓨팅와 그 개념이 같다. 그러면 왜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당시 확산되지 못한 반면 지금 와서 사물인터넷이 실현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그 해답은 ‘비용’에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시장에서 쓰기에 그 비용이 너무 비싸면 널리 확산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실현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테면 10여년전 디지털거울의 가격은 5천만원, 화상 전화에 필요한 전용선의 비용은 100만원~200만원이었다. 2004년 자이아파트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는 광고를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아파트 단지 내에 높은 비용의 IT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물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가 스마트폰에 모두 다 들어가 있고, 스마트폰의 CPU 성능도 20여년전 수퍼컴에 비해 4~8배나 빨라 비용 효율적으로 사물인터넷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2014년에 나온 삼성전자의 갤럭시S 5에는 10개의 센서가 부착됐다.

현재 공유경제 모델은 택시 서비스, 주차장, 가구, 옷가지, 음식, 에너지, 화폐 등 모든 사물에 걸쳐 실현되고 있다. 오는 2025년에 이르면 소비자 상품의 공유경제 비중은 전통적인 모델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경제 모델의 대표적인 기업은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680억달러(76조240억원)로 GM, 포드, 혼다를 추월했으며,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보다는 2배 높다. 택시 서비스 회사이지만 택시 기사도 없고 자동차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남이 쓰지 않는 자동차를 빌려 수수료만 지불하는수익 구조이다.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55억달러(28조9700억원)으로 매리어트, 스타우드, 익스피디어 등 그 어느 호텔보다 높다.

◆디지털 혁신은 모조리 거부되는 대한민국 =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를 넘는 신생 기업을 말한다. 1990년대 39개였던 유니콘 기업은 2014년부터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 현재 180개를 넘어섰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96개, 중국이 37개이며, 우리나라는 쿠팡, 엘로모바일, 넷마블 등 3개뿐이다. 놀라운 사실은 중국의 유니콘 기업 증가세가 현재 1위인 미국과 격차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혁신은 모조리 거부되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모델은 규제와 기득권 업계의 반발로 국내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금융 및 의료기관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은 더디고, 핀테크와 금산분리 원칙은 말뿐이며 흉내만 내고 있다.

원격 진료와 모바일 헬스케어는 의료계의 반발로 20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구글 지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몇 안되는 나라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좀비 기업은 산업 진흥이라는 이름으로 양산되고 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늘어나기란 요원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왜 인공지능이 필요한가? 그건 예측하기 위해서이다. 인공지능은 바로 예측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 응용 분야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알 수 없다. 인공지능의 성능이나 비용이 확산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예측 기술의 응용분야는 자율주행차와 예측 세일즈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가 가능한 이유는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 덕분이다. 딥러닝은 기계가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2004년 미 국방성은 남부의 모하비 사막에서 자율차 경진대회를 개최했는데 인간의 인지능력을 총동원해 만든 자율차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그런데 2012년에 나온 구글의 스마트카는 실제 고속도로를 1천마일이나 운행하며 자율차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성공 배경에는 구글 맵과 내비게이션이 있다. 자동차 스스로 길을 찾고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내비게이션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AI로 인한 일자리 종말론 사실인가? = <잡킬러>라는 책에서는 2020년 인공지능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옥스퍼드대는 앞으로 20년 안에 직업의 47%가 로봇의 위협을 받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정말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는 파괴될 것인가? 슘페터는 인간의 수요가 한정돼 있다는 가정 하에 자본주의 몰락을 예언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기업가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새로운 수요를 창조했다.

인간의 욕망과 수요는 무한하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과거 가정에 한대뿐이었던 냉장고가 지금은 김치냉장고, 와인냉장고, 화장품냉장고 등 그 용도가 다양해지고 수요가 늘지 않았는가.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지만 보완하는 효과가 더욱 크다.

오링(O-Ring)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업무(Task)의 자동화는 가능해도 결국 최종적으로 엮는 것은 사람이어서 업무 자동화가 일자리의 자동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인공지능은 미성숙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처럼 사고 없이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보증하겠는가? 온갖 운전상황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수조마일의 태스크가 필요하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제 1억마일 수준에 불과하다.

왓슨의 적용으로 암 예측의 정확성은 높아지겠지만 처방은 그렇지 못하다. 판단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지금 딥러닝은 환자들의 물음에 대해 설명할 능력이 없다.

우버가 택시 회사를 망하게 하는가? 에어비앤비가 호텔을 망하게 하는가? 뉴욕시의 분석 결과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수요의 80% 이상은 택시와 경쟁하지 않는 새로운 수요인 것으로 밝혀졌다.

◆“4차 사업혁명 성공하려면 규제 개혁과 경제권력 분권화 필요” = 일자리는 기술보다는 사회적 선택에 달려 있다. 생산성 향상은 근로 시간 단축으로, 근로 시간 단축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부터 주 5일 근무를 했는가? 주 3~4일 근무가 머지않아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신기술이 일자리를 만들지만 앞으로 누가, 그리고 어느 나라가 그 일자리를 차지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애플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동하면 제조비용과 관리비용은 6.67달러에서 165.67달러로 늘고, 대당 이익은 452달러에서 293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1980~1990년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이 평균 19%였는데 지금은 80% 수준이다. 대학 진학률이 19% 정도이면 일자리 걱정은 없어진다. 청년 실업은 교육 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학습하고 훈련하려면 많은 독서와 논리적이며 창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학 입시는 영어와 수악 두 과목만으로 평가한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한가? 그러려면 무엇보다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로 달성하지 못했다.

경제 관련 의사결정을 중앙 정부에서 지방으로 넘기는 경제 권력의 분권화도 필요하다. 규제 자율 지역을 지정해 그렇지 않은 지역과 경쟁을 시키는 것도 규제 개혁의 한 방법이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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