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재도약에 지금 필요한 것은 리더십”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제126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박재완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2일 제12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산업화 이후 한국경제: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한국경제의 과거 성공요인은 사람과 정부였지만 현재 어려움에 직면하고 새롭게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사람과 정부에게 있다”라면서 “주입식이나 수박 겉핥기의 교육에서 탈피하고 평생학습 투자를 강화해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고, 큰 정부의 잔재를 청산하는 혁신이 필요하며, 특히 통합의 리더십 확보가 문제 해결의 최우선책”이라고 밝혔다.

◆“한국, 선진국으로 갈 길 멀다” = 해방 이후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을 제외한 정치적, 사회적 등 여러 관점에서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인지는 의문이다.
선진국으로 갈 길이 멀다. 지금 같아서는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195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연간 실질 성장률이 7.2%였다. 전세계 인류사적으로 신기록이다.
1000명 당 승용차는 1960년 0.55대에서 2015년 321대로 늘었으며, 2015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70.8%로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주관적인 인식과는 달리 사회적 이동성과 분배 상태는 나쁘지 않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의미하는 지니 계수는 2010년부터 낮아지고 있다.
재정은 건전하지만 악화 추세이다. 저금리 등으로 개선 추이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낮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 35.9%였는데 2017년에는 처음으로 40%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평균은 115.2%이다.
한국은 경제 성장 면에서 경이로운 역사를 썼다. 그 성공요인은 사람과 정부였다.
사람은 양과 질로 나눌 수 있는데 양적으로는 베이비붐과 6/25 피난민 168만명의 가세가 컸다. 질적으로는 1949년 농지개혁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농지개혁 이후 교육열이 오르면서 초등학교 진학률이 높아졌다. 이어 의무교육의 실시에 따라 1996년에 문맹률이 1% 미만을 기록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공계를 집중 육성했는데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은 한국이 주력하는 산업의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표준 인력들이 대거 배출돼 초기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표준 인력은 지시와 명령을 잘 듣고 집단 규율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이공계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다 개발독재와 최소 정치로 산업화의 성공을 이끌었다.

◆“한국, 불만이 많은 사회로 가고 있다” = 지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출은 2015년, 2016년 2년 연속으로 역 성장했으며, 생산성과 일자리 증가세는 둔화하고,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한계 기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졸 이상 고학력 청년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층 비율은 세계 최대이다. 최상위 계층의 소득 편중도 심화, 2015년 기준으로 상위 1% 소득점유율은 전세계 5위, 상위 10% 소득점유율은 전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학력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정해지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물림에 관한 경고음도 나온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낮아졌다. 1994년만 해도 10명 중 6명이 계층 이동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2015년에는 10명 중 2명으로 줄었다.
미국도 부모의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이 거의 비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자녀의 삶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이렇게 가고 있다.
한국은 이렇듯 불만이 많은 사회가 되고 있다. 어려움의 원인은 사람과 정부에 있다. 인적 자원의 양은 고령화로 인해 갈수록 줄고 있고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인적 자원의 질도 문제다. 대학에서 A학점 보다 B학점을 받는 학생이 훨씬 많다.
이런 인적 자원의 질로서는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달성은 어렵다.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학습동기가 미흡한 주입식 교육이 여전하며, 수박 겉핥기의 표층 학습에 빠져 있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이 없는데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상명하복, 선례 답습, 무사안일 조직 문화에다 특히 공공부문은 순환보직 관행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쌓기가 어렵다.
인사시스템도 연공서열 중심으로 작동할 뿐 교육이수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으며, 장시간 근로는 평생 학습을 취약하게 한다.
OECD가 2011년에 주요 나라의 25~65세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역량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공공부문의 학습 역량이 민간부문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직장인들의 GDP 대비 교육비 지출 비율에서 한국은 고작 0.07%로 조사 국가 가운데 거의 최하위였다.

◆“기득권 재편 절실, 그런데 리더십이 없어” = 한국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민주화 이후 “정부가 나서 해결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행정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反자유화가 짝을 이뤄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것에 개입하면서 분권 거버넌스는 요원해지고, 가격 통제와 규제 확산은 멈추지 않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www.heritage.org)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활동자유도는 71.7점으로 홍콩의 88.6점, 자유경제권 평균 83.9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산품 시장규제지수가 최고이며, GDP 대비 중소기업금융 정보보증 비율도 매우 높은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지출의 비효율성이 상승하고 있는데 생산적 지출은 거의 최저 상태이다.
조직, 제도, 규범을 바꾸어야 하는데 지체되고 있다. 하드웨어 또는 대량 생산 기반의 제조업에 안주한 채 신산업 진입 시도를 머뭇거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조사에서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준비가 안된 국가 중 최하위권이었다.
정규직 위주의 노동법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플랫폼 역할을 외면하고 있어 혁신적인 생태계로 가는 길이 멀어 보인다.
기득권을 재편해야 하는데 이를 이끌 만한 리더십이 없다. 우버택시의 서비스 불허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자유화를” = 지구촌에 빚과 거품이 넘쳐나고 있다. 전세계 GDP 대비 총 부채는 대공항 때 정점의 1.7배에 육박한다.
세계 공공 채무도 2차 대전 진후 역사상 최고점에 근접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또다른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의 제조업 부문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있으며, 자원 빈국이면서도 화석 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법질서나 투명성, 반기업 정서 등 사회자본은 열악한 상태다. 북한의 핵 미사일은 임계점을 돌파했다. 그리고 온난화와 파리협정에 따라 탄소배출권 구입비는 점증하고 있다.
한국이 새롭게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과 정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심층학습이나 평생 교육을 강화해 사람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이제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자유화를 해야 할 때이다. 과거 수직적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 발을 맞춰야 한다.
정부 규제가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전문자격증 제도가 그것이다.
전문자격증 제도를 최소화해 경제활동 인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중국은 2014년에서 2016년까지 국가 자격 618개 중 433개를 폐지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또 재외동포에 문을 활짝 열어 초고령사회의 생산활동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 분야나 비 경제 분야 모두에 걸쳐 큰 정치, 큰 정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재정건전성도 확립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확립하려면 재정 규율을 강화하고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새 의무지출은 재원 방안과 함께 확정하는 PAYGO(Pay As You Go) 준칙을 지키고, 주식 양도 차익과 임대 소득 과세의 단계적 확대, 비과세/감면 정상화가 필요하다. 법인세율도 인하해야 한다.

한국이 안고 있는 난제는 수두룩하다. 그 문제 해결의 꼭지점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다. 리더십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가 고민하는 문제이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시현 기자>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6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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