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에서 우리나라 위기 극복 해법 찾는다”

최원석 조선일보 기자 제125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조선일보 위클리비즈팀 차장 최원석 기자가 5일 제12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왜 다시 도요타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최 차장은 “도요타는 지난 10여년간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를 통해 조선, 자동차, 휴대폰 등 주력 산업이 모두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의 난국 극복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도요타 위기의 씨앗은? = 2015년에 도요타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105만대를 판매해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993만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이었으며, 현대기아자동차는 776만대 판매로 5위에 랭크됐다. 2016년에는 폭스바겐이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기준으로 도요타는 약 310조원의 매출과 약 3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종업원수는 34만명, 연구개발 투자액은 약 11조원이었다. 이와 비교해 현대기아자동차는 매출 141조5천억원, 영업이익 8조7천억원을 기록했으며, 종업원수는 11만명, 연구개발 투자액은 3조7천억원이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일반 경제 이론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또 제품에다 이것저것 다 넣으려고 하다 보니 설계가 복잡해지는 제품 복잡성 증대 시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결함은 복잡성이 폭발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도요타도 복잡성 폭발이라는 사건을 겪었다.
도요타는 2000년대 중반에 세계 자동차 시장 제패를 목표로 물량 확대주의 전략을 폈다. 연간 생산능력을 700만대에서 3년안에 1000만대로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요타 위기의 씨앗이었다.
2007년에 드디어 연간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고 영업이익 26조원을 거두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이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300만의 재고가 쌓이고 환율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쳐 193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6월 도요타 창업가문 3세인 아키오가 사장에 취임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선언했다.

◆2010년 1000만대 리콜에서 2014년 전세계 1위로 = 그러나 아키오 사장이 수장에 오르자마자 인재와 천재가 끝이지 않는 불운의 연속으로 품질의 도요타 신화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렉서스를 타고 가던 일가족 4명이 가속 페달 오작동으로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요타는 처음에는 결합 가능성을 부정하다가 결국은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2010년 1월 1000만대의 리콜을 발표하고, 2010년 2월에는 아키오 사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의 증언을 했다.
1000만대의 리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도요타는 차량 결함의 원인이나 의사소통 부족, 초기 대응 실패, 현장의 통합 위기대책 부재 등 문제의 본질을 ‘규모의 불경제, 복잡성의 폭발’이라고 규정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2010년부터 도요타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1년 2월 창업자 생가에서 나무를 심고 재출발을 다짐했다.
2011년 3월에는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이사회 임원을 27명에서 11명으로 대폭 축소해 의사결정 단계를 효율화했다. 그런데 그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내 생산 조달 체계가 무너지고, 7월에는 태국 대홍수로 대규모 공장 3곳이 문을 닫고 부품공급이 막히면서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 4월 아키오 사장은 ‘규모의 불경제, 복잡성의 폭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좋은 차 만들기’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100여 가지 차종과 2~3만여개의 부품수를 줄여보자는 게 그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설계의 대대적인 혁신 방안으로 ‘TGNA(Toyota Global New Architecture)’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2014~2015년 도요타는 세계 최초로 연간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등극했다.
2016년 1월 미국에 인공지능 연구개발 자회사 ‘TRI(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는 자율주행차나 무인자동차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15년에 생각이 바뀌었다.
NASA 연구원 출신을 TRI 사장으로 영입하고 인공지능 최고 전문가를 모으며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 섰다.

◆2016년 신체제 개편 단행 “조직 완전히 뜯어 고쳐” = 2016년 4월 도요타는 ‘신체제 개편’을 단행하며 조직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사실상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7개의 컴퍼니를 만들고, 과거 기능 중심에서 제품 중심으로 조직을 바꾼 점이 그 핵심 내용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규모의 불경제’, 업무가 지나치게 복잡해져 한순간에 제어하기 힘들어진 ‘복잡성의 폭발’ 문제를 ‘단순함’이라는 기본적인 가치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도요타의 신체제 개편은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리더’, ‘설계’, ‘환경’이 그것이다.
먼저 문제의 시장과 끝은 결국 ‘리더’라는 점이다.
도요타의 신체제는 10년, 20년, 30년 중장기 관점에서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코퍼레이트 전략부’와 연구소격인 ‘미래창생센터’ 등 2개의 헤드오피스와 비즈니스 유닛의 하나인 7개 컴퍼니가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
7개 컴퍼니는 소형차, 중대형차, 고급차, 상용차 등 4개 차량 컴퍼니와 선진기술 개발, 파워트레인, 커넥티드 등 3개 개발 컴퍼니로 구성돼 있다. 4개 차량 컴퍼니는 제품별로 기획, 개발, 생산을 담당한다.
컴퍼니제의 시행으로 과거 한 회사가 모든 제품을 개발했던 것에서 차종별로 그 체제를 바뀌었다. 아키오 사장은 각 컴퍼니의 사장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직접 간여하지 않는다.
컴퍼니 사장이 차종별 모든 기능 회의의 의장 역할을 하며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의 다음 사장은 창업가문이 아닌 전문경영인에서 나올 것”이라며 “좋은 평가를 받은 컴퍼니 사장이 차기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전통적으로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데 고등학교 졸업자라도 40년 근무자는 전무급 대우를 받으며, 대졸 출신도 현장 근무자가 많은 편이다.
도요타는 신체제 개편에서 현장 경험이 많은 인물을 고위 임원으로 중용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고졸이면 차장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론적으로 컴퍼니제는 최고의 리더를 발굴하고 더욱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도요타의 고민의 산물이었다.

◆“컴퍼니제는 최고의 리더 발굴하려는 도요타 고민의 산물” = 도요타의 신체제에서 엿볼 수 있는 두번째 키워드 ‘설계’는 도요타의 미래 설계 전략 ‘TNGA’에 집약돼 있다.
미래는 설계를 잘하는 자만 살아남는다는 도요타의 철학이 깔려 있다.
TNGA는 레고 블록형 설계 방식으로 단기간에 많은 차종을 개발할 수 있는, 폭스바겐이 추진하고 있는 설계 혁신이다. 폭스바겐의 자동차 설계 혁신은 1980년대 플랫폼 설계에서 2000년대 모듈러 설계 그리고 2010년대에는 레고 블록형 설계로 진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레고블록형 설계의 ‘폭스바겐 MQB’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격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TNGA를 앞세워 이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도요타는 개인을 탓하기 전에 최적을 환경을 만드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개인의 열정은 환경에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으며, 직원을 바꿀 수 없으면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경영을 견지하고 있다.
공정함과 투명성의 힘도 믿고 있다. 도요타의 홈페이지는 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상세한 설명으로 되어 있으며, 투자나 리콜에 관한 정보를 동영상 화면으로 보여준다.
아키오 사장은 유럽 자동차 경주대회에 도요타팀으로 직접 참가해 경주차의 성능을 체크해 현장의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도요타는 2009년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가 됐으며,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여정에 있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5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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