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인도 시장 포기한 것 아니라면…”

이준규 전 인도대사 영림원CEO포럼서 ‘인도의 부상과 한국기업의 대처’ 강연


이준규 전 인도대사(2012년 9월~2015년 10월 재직)가 3일 열린 제116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인도의 부상과 한국기업의 대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전 대사는 “인도는 지난해 7.3%의 경제성장률로 중국을 넘어서며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8%의 성장률이 20여년간 지속되면 미국, 중국과 더불어 G3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하루 빨리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인도 시장은 현재 떠오르고 있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을 수 있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라고 밝혔다.


◆“인도, 달리는 코끼리에서 날개를 단 코끼리로 커갈 것” = 인도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부분 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알아도 부정적인 인상일 것이다.
복잡하고 더러운 나라…이번 강연에서는 이런 인도의 부정적인 인상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한다.

최근 왜 인도인가? 라는 얘기들이 많다. 인도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중요한 나라이지만 간과하고 있다.
인도의 인구는 12억 5000만명으로 중국과 비슷하다. 면적은 전세계 7위로 남한의 35배, 한반도의 15배이다.
최근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2014년 5월 모디 총리의 집권이 계기가 됐다.
대사 시절에 인도의 변화를 목격하고 모디 총리가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을 보면서 “인도는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가까이에서 본 모디 총리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다.
인도를 일으켜보자는 의욕은 박정희 정권 때와 유사하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한 까닭에 권력 기반을 고민했지만 모디 총리는 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당선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없다.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최근 중국을 넘어서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105년 5월 타임지 표지에 모디 총리가 실렸다.
모디 총리 집권 1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타임지의 표지 제목은 “왜 모디가 문제인가(WHY MODI MATTERS)”였다. 왜 모디를 주시해야 하는가라는 의미로, 그의 1년 활동과 향후 가능성을 분석했다.
타임지는 가까운 장래에 또다시 모디 총리를 표지에 실을 가능성이 있다. 그 표지 그림은 아마 모디 총리가 달리는 코끼리의 등에 탄 모습일 것이다.
이는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8% 넘어설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그런데 9%를 넘으면 달리는 코끼리가 아니라 날개를 단 코끼리로 그 모습이 바뀌고 제목은 “인도의 부상”일 것이다.

◆인도 성공의 긍정적 요소 ‘모디 총리의 국가 발전 프로젝트’ = 그렇다면 과연 인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
대사 시절에 인도가 성공할 만한 근거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먼저 뉴델리 시내에 있는 전승탑(꾸뜹 미나르)이다. 지금부터 1000년 전에 세워진 이 탑은 아직도 건재하다.
또 타지마할은 전체가 대리석으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400년전 세워진 그대로 지금도 멀쩡하다. 이는 인도의 건축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문화유적들이다.
옛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서 인도의 성공 근거를 찾아봤다.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었다, 이 공항은 국제공항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1위는 인천공항. 이러한 것들은 인도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표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인도 성공의 긍정적인 요소로는 가장 먼저 모디 총리를 들 수 있다. 모디 총리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디지털 인디아’ ‘스마트 시티’ ‘기술 개발(Skill Development)’ ‘클린 인디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제조업 육성정책이다. 제조업을 활성화하지 않고서는 인도의 성장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15%밖에 안 되는데 이 정책의 추진으로 25~35%로까지 그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아직 보통 도시도 없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인도 전역의 100개 도시에서 동시에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술 개발’은 기능공 육성 정책으로, 제조업 육성정책을 뒷받침한다.
‘클린 인디아’는 우리나라의 과거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정책이다. 인도는 농촌 문제가 심각한데 가난하며 청결 위생과는 거리가 멀다.
인도 가정의 절반가량이 화장실이 없는데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인도는 클린 인디아라는 정책으로 집에 화장실 짓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 호의적 대외관계 등 긍정적 요소 많아 = 인도 성공의 긍정적인 요소로는 모디 총리의 정책 외에 정치적 안정, 효율적 관료체제, 인적자원, 호의적 대외관계, 저유가 등 세계 경제 환경 등이 있다.
인도 정치는 늘 시끄러운데 2014년 5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다수당이 됐다.
아울러 인도의 관료들은 복지부동하며 부패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대사 시절에 접한 인도 관료들은 빠르고, 명석하며, 합리적이며 효율적이었다.
똑같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왜 이렇게 상반적일까라고 의문이 들겠지만 인도의 관료들은 비록 문제점이 많지만 자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는 그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도의 관료체제를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만이 인도 관료체제에서 발견한 중요한 팩트라고 생각한다.
인도 인적자원의 강점은 젊다는 점이다. 35세 미만의 인구가 전체의 65%로 경제 성장의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대외관계도 좋은 편이다. 현재 인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뚜렷한 적대 세력이 없다. 파키스탄과는 이미 게임이 끝났으며, 중국을 가상의 위협 요소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미국과는 동맹국 수준으로 관계가 매우 좋다.
인도 경제에 유가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는데 최근 저유가를 포함한 세계 경제 환경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며, 경제 성장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부정적 요소도 많아, 복잡다단하고 인프라도 부족 = 인도 성공의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 인도는 복잡다단한 나라이다. 29개주로 이뤄져 있는데 인종, 언어 등이 각각이다.
특히 화폐에는 16개 언어가 표시돼 있으며, 국회는 16개 언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인도’만 빼고 다 다르다고 보면 된다.
인도는 전 국민이 단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렵다. 박정희 정권은 “하면 된다” “잘 살아보자” “열심히 하면 된다”며 동기를 부여했지만 인도에서는 그런 동기부여가 어렵다.
인도의 국내 정치는 매우 복잡하다. 당의 정책이 무엇이 다른지, 왜 싸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거를 자주 치르는 것도 문제이다.
총선은 5년마다 1번이지만 29개주에서 동시 선거를 하지 않고 각자의 선거 일정대로 하는 까닭에 연중 내내 선거가 있다.
한 주의 인구가 많으면 억명 적어도 몇천만명이어서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포퓰리즘과 부패가 만연하다.
종교적 갈등도 심각하다. 힌두교가 80% 이상이며, 이슬람은 10% 정도이다. 그리고 도로, 항만, 철도, 전기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인도의 성공 가능성 “아무도 몰라” = 인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주관적으로 보자면 인도는 한국이나 중국처럼 단기간의 압축 성장은 불가능하다.
대신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지속 성장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7~8%의 성장률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경제적으로는 세계의 성장 엔진으로, 정치적으로는 G3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같은 긍정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인도는 전세계에 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도 식당이 널리 확산되고 요가, 인도의 사상과 철학 등이 크게 유행할 것이다.
또 인도와의 교류도 늘어날 것이다. 현재 3000만명의 인도인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인도는 중동, 아프리카 국가와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인도가 성공하면 손해 볼 나라는 없을 것이며 덕을 볼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가까이에 있는 주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인도를 도와줘야할 것이다.

◆“인도와 절친 관계로 발전해야” = 한국과 인도의 관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은 김수로왕의 부인이 되어 김해 김씨, 김해 허씨, 인천 이씨의 시조가 됐다. 4세기에는 인도의 불교가 한반도에 전파되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 인도는 의료진을 파병했다.
최근에는 1990년대 중반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도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10년에는 한국과 인도간에 FTA 격인 CEPA를 체결했으며, 2015년에는 한국과 인도간 정상회담을 갖고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인도와 이런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 외에 몇 개 안된다. 러시아, 일본 정도이다.
우리나라와 인도의 바람직한 미래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돈’을 버는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협력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어려울 때 언제나 도와줄 수 있는 절친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연간 65만대를 인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이중 40만대는 내수, 25만대는 수출하고 있다.
인도의 거리에는 현대차가 다니고 각 가정에는 삼성, LG 제품이 많다. 총 446개의 우리 기업이 약 40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 그 투자는 부족한 편이다.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500여개에 이른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 10대 리스트를 보면 중소중견 기업은 거의 없다. 인도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면 지금 빨리 가야한다.
그래야만 인도 경제의 성장에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한국에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수상 직속의 특별 TFT로 ‘코리아 플러스(Korea Plus)’를 두고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길롯 지역에 한국전용공단을 조성한 것이 그 노력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인도, 언제까지 우리에게 러브콜 던질까” = 인도의 비즈니스 환경은 열악하다. 그래서 진출을 기피하는데 거꾸로 그만큼 도전과 기회가 많다는 얘기가 된다.
모디 총리는 한국이 습득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다. 언제까지 인도가 우리에게 러브콜을 던지겠는가. 7~8%의 성장률이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향후 2~3년 지나면 러브콜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경제 도약 단계에서 각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바로 이 때에 인도와 협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도약에도 중요하다.
특히 13억명에 육박하는 시장에다 낮은 제조비용 그리고 아프리카, 중동 등 떠오르는 시장의 전진기지로 삼을 수 있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인도 진출시 1차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것이 길롯 한국전용공단이다. 2016년 3월 현재 국내 3개 업체가 이곳 진출과 관련해 계약을 맺었으며, 10여개 업체가 교섭중이다.
일본은 2006년에 합작으로 님라나 지역에 일본전용공단을 조성했는데 총 45개사가 입주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리 =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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