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소프트랩 클라우드마케팅팀 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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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에서 물장구에 열중인 여러분의 ‘갠지스 최’>

Day 4.

서울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인도에서는… 잠이 안 온다. 8인실 도미토리의 2층 침대는 편안함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그곳에서 만나는 인연은 고급 호텔에서는 살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고급 호텔은 더 편하고, 더 즐겁겠지. 어제 만난 한국인과 새벽 5시에 만나 갠지스강으로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2층 침대 위에서 뒤척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쿠르타 파자마’를 꺼내 입었다. 끈이 없는 바지를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다가 호스텔 카운터로 간다.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바지에 넣을 끈을 구해주며 ‘쿠르타 파자마’를 입은 나의 모습에 연신 즐거워한다. 사실 그동안 내가 본 인도인들은 대부분 청바지나 일반 바지에 셔츠나 티를 입고 있었다. 한국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시선일까? 그래도 일단 옷이 시원해서 좋다. 나름 멋도 난다. 옷을 얼마에 샀냐 물어 350루피에 샀다고 하니, ‘제법이군요, 아시아 원숭이씨.’라며 현지인도 놀란다. 인도에 온지 4일만에 처음으로 맞는 여행객의 여유,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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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타 파자마’를 입고 지나가는 인도 왕자와 죽은 듯 자고 있는 길바닥 노숙인>

바라나시는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도시다. 바라나시를 지나는 갠지스강은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이자 이 도시의 주신(主神) ‘시바’의 머리카락에서 나왔다고 믿어진다. 현지인들은 이 강을 강가(Ganga)라고 부른다. 이 성스러운 강가에서 목욕을 하면 전생과 이생에 쌓은 업을 씻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변을 따라 줄지어 계단을 정비한 가트(Ghat)가 많이 발달해 있다. 인도인들은 가트에 내려와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시체도 태운다. 특히 힌두 의식(Puja)을 하는 가트(다샤스와메드 가트)와 시체를 화장하는 가트(마니카르니카 가트)가 유명하다. 인도에 오기 전 문화체험 겸, 나의 업을 씻어내고 싶어 갠지스강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강변에서 똥을 싸는 소와 개를 보니 나의 업을 한국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일출과 강 위에 떠 있는 배, 강변에서 빨래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은 그림의 한 장면이다. 이제야 여행을 온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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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Ganga)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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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정비된 계단 형태의 갠지스강 가트(G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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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Ghat)의 요가 수련자와 이발사>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 갠지스강에서 목욕은 못해도, 물에 손이라도 담거보는 것은 도전할 만하다. 그래야 한국에 돌아가 성스러운 똥물에 손을 담근 영웅적 일화가 하나 생길 것이다. 저기 수영을 하는 무리가 있는 곳이 그나마 깨끗하겠지 싶어 겁없이 내려간다. 조심조심. 가까이 가보니 물은 생각보다 깨끗하다. 조심조심. 강변에 앉아 물에 손을 담근다. 미션 성공. 그러나 일어나는 순간 미끄러진다. 으악! 이런 똥물! 난 무릎까지 젖었고 다행히 여권과 핸드폰이 든 가방은 허리에 메고 있다. 이런 똥물… 아… 조금 전까지 ‘쿠르타 파자마’를 입은 인도 왕자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인도인들이 미친듯이 웃는다. 억울하다.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다. ‘좋아! 기왕 젖은 거 입수다.’ 나는 옷을 벗는다. 인도인들이 술렁인다. 반바지만 입고 천천히 시바신에게 몸을 맡긴다. 강에서 물놀이를 하던 인도인이 내게 손을 내민다. 그의 손을 잡는다. 기분이 좋다. 나에게 수영을 할 줄 아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인도에 온 많은 관광객 중 그도 이런 또라이는 처음 봤으리라. 갠지스강이 나의 죄를 씻든 말든 행여나 물이 샐까 입술을 앙다문다. 하지만 기분은 하늘 호수를 헤엄치고 있는 듯 하다. 물위에 떠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네, 류시화씨, 당신이 맞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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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강가, 수영모를 쓰고 수영 키판까지 들고와 수영에 열중인 바라나시 주민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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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이 되어가는 ‘갠지스 최’, 갠지스강에 녹아 들어간 그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행여 피부병에라도 걸릴까 들뜬 기분은 강에 흘려 보내고, 가트(Ghat)로 기어 나온다. 우연히 지나는 길에 인도인과 헤엄치는 또라이를 발견한 한국인이 근처 자신의 숙소 샤워실을 내어준다. 이를 인연으로 이분과 아그라, 자이푸르까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젖은 옷을 대충 빨아 강렬한 햇볕을 가리기 위해 쓰고 다녔더니 금새 말랐다. 그렇게 강을 따라 올라가니, 화장터(마니카르니카 가트)가 나온다. 잠깐. 이게 강의 상류라면, 내가 아까 수영을 한 저기는 강의 하류. 이런 시바신. 그보다 수영을 하고 에너지 넘치는 가트에서 이 곳은 불과 5분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한데 이곳은 죽음의 무게에 서있기 조차 힘들다. 때 마침 화려한 장식으로 쌓인 시체 한 구가 옮겨진다. 기부금을 빙자해 구걸을 목적으로 한 사기꾼이 접근해 상황을 설명해 준다. 사진 촬영은 금하지만 이것은 힌두교의 한 문화이니 얼마든지 가까이 가서 지켜보라 안내해준다. 조금 더 다가가 과정을 지켜본다. 옮겨진 시체는 강에 담겼다 건진 후 이를 감싸고 있던 꽃과 장식을 벗기고 나무장작 위에 올려둔다. 상여의 꽃은 옆에 있는 소들이 먹고 있다.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3000년간 꺼지지 않았다는 시바신의 불을 모시는 사원에서 불을 가져와 장작에 직접 불을 댕긴다. 그리고 그의 가족에 안겨 서럽게 운다. 나는 순식간에 하늘 호수에서 지상도 거치지 않은 채 지옥까지 떨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갠지스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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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개는 어떻게 저 위에 올라가서 저렇게 자고 있을까? 바라나시의 개형을 무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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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 소 형과 개 형이 자고 있다, 인간인 네가 알아서 잘 피해가자.>

자, 이번엔 여러분이 좋아하는 진짜 먹을 거다. 같이 한 번 ‘라씨’를 만들어보자. ‘라씨’는 요거트 비슷한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유음료이다.

<라씨 만들기>

1. 준비물: 지방 함량이 높은 우유, 취향에 따라 소금, 커민, 칠리 고추, 설탕, 망고, 바나나 등 기타 과일

2. 만드는 법: 모른다. 그냥 돈 주고 하루에 2번 이상 사 먹자. 완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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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 머리 사장과 그가 만든 바나나라씨 –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다녀간 것일까? 벽에 ‘블루라씨 숍’이란 한글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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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라씨숍, 내가 태어난 1985년 부터 라씨를 만들었다는 사장님과 그가 만든 ‘플레인라씨’>

바라나시에서는 현지인도 길을 잃을 것 같다. 구불구불 미로와 같은 골목, 그리고 그 골목을 오토바이, 소, 개와 공유해야한다. 그래서 오토바이의 백미러는 없거나 안쪽으로 모두 접혀 있다. 오토바이는 길에서 자고 있는 개들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달린다. 구불구불 미로 속에서 유명한 블루라씨집을 찾았다. 한국인이 얼마나 다녀갔는지 ‘블루라씨’라고 벽에 써있는 집이다. 이곳에서 라씨를 먹고 있는데 상여를 메고 동네를 도는 무리가 지나간다. 미로같은 길에 오전만 해도 수차례 화장터를 지나쳐 이미 여러 차례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지라, 이제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다. 해가 질 무렵 이 미로를 다시 지나는 이유는 메인가트(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 매일 밤 열리는 힌두의식(Puja)을 보기 위함이다. 의식이 시작되기 전에 보트 위에서 일몰을 즐기기로 한다. 미리 말하지만 보트 위에서 일몰은 환상이다. 노 젓는 보트 위의 고요함과 빛을 토해내고 있는 몽환적인 도시. 인도에서 처음 맞이하는 고요 속 신비로운 풍경에 감동이 밀려와 울컥한다. 이 장면을 함께하고 싶은데 나의 묘사로 담아내기에 규모가 너무 큰 감동이다.

그래도 한 번 만들어보자.

<환상의 바라나시 강가(Ganga)>

1. 준비물: 한강, 유람선, 사랑하는 여인, 아름다운 빛의 뿜어내는 반포대교와 세빛둥둥섬. 그리고 재료를 바꿔 치기 할 재빠른 순발력.

2. 우선 뱃사공과 협상에 들어간다. 당신의 여행에 고요함을 더해줄 모터 없이 노 젓는 보트. 30분에 50루피, 딜!

3. 한강 유람선 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다고 상상해보자. 고요하다. 해가지고 반포대교에 불이 들어온다. 세빛둥둥섬에도 불이 들어온다. 웬일로 한강에 물안개가 자욱이 끼어있다. 반포대교 무지개빛 조명이 물안개에 부딪혀 아름답게 산란한다. 옆에 있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는다. 기분이 어떠한가?

4. 좋아. 바로 지금 한강을 갠지스강으로 바꾸고, 옆에 사랑하는 이는 어영부영 한시간이 되었으니 100루피를 달라는 뱃사공놈으로 바꾼다. 하지만 환상적인 기분만은 유지한다.

5. 뱃삯 실랑이로 지치지만, 환상적인 기분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100루피가 절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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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라나시쪽으로 넘어간 후, 해를 삼킨 도시는 빛을 다시 토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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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오셨는가? 바라나시에 온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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