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회 영림원CEO포럼

“저성장 시대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리얼 옵션식 투자 필요”

송재용 서울대 교수, “패러다임 변화와 저성장 시기의 스마트 경영” 주제 강연

 

<스마트 경영>의 저자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6월 12일, 제9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패러다임 변화와 저성장 시기의 스마트 경영”을 주제로 강연했다. 송 교수는 “국내외 경제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와 불확실성 증대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럴수록 핵심 역량과 사업에 좀더 집중하며,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에도 핵심 사업이나 역량과 연관성이 높은 분야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저성장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리얼 옵션(real option)식의 단계적 신사업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전략적 민첩성을 함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앞으로 2~3년 안에 한국경제 명운 갈린다” = <스마트경영>이란 저서는 앞으로 10년 한국 기업의 초일류 전략을 분석한 책이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SERI)-CEO에서는 이 책을 ‘CEO가 휴가철에 읽어야할 책’으로 선정했다. 2014년 현재를 기준으로 앞으로 2~3년 안에 한국 경제의 명운이 갈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이 만일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중소 중견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히든 챔피언으로 부상하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선진국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잘못 대응하면 한방에 훅 간다.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노키아는 한때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고 스마트폰을 처음 개발했음에도 애플의 등장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가 끝내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LG전자 역시 피처폰 포에버를 외치다가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이미 치고 나선 선발주자에 밀려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적극 투자한 덕분에 2013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32.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15%대에 머문 애플을 크게 앞질렀다.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10여년 전에 1위를 달렸던 선도기업들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현상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21세기는 지식 기반 경제가 주도하는 시대이다. 지식 기반 경제의 중요성은 이미 10여년부터 강조해왔다.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엔 기회와 위협 공존 = 박근혜 정부는 지식기반 경제를 두고 ‘창조경제’라고 지칭한다.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으로 이어지는 물결은 지식기반 경제가 뚜렷한 대세로 자리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은 또다른 전쟁을 치를 태세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컨버전스 등을 무기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는 앞으로 지식기반 경제, 네트워크 경제가 보편화하는 가운데 컨버전스와 스마트 비즈니스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경쟁은 한 지역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화하지 못한 비즈니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페이스북처럼 될 수도 있었던 싸이월드가 적절한 예라 할 수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주도권은 과거 구미 지역에서 신흥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저출산과 고령화는 세계 경제 저성장의 주범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이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복지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은 1990년대 초반의 일본과 매우 흡사하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의 저성장 기조 10년간 이어질 가능성 80%” = 현재 전세계의 양극화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게 할 경우 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식노동자가 급증세이다. 대신 생산직은 급감하는 추세이다. 이른바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태이다. 유럽은 그동안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올해는 1%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의 저성장 기조가 10년간 이어질 가능성은 80%이다.

다행히 미국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소비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데 50개주 가운데 15개주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한다. 미국 경제는 이에 따라 5년간 평균 2%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우려되는 사실은 재정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재정 적자를 겪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실험중인데 외줄타기,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된다. 만일 실패하면 일본발 경제 위기에 대응해야할 때가 올 것이다. 일본은 과도한 정부 부채와 고령화, 원전 사태로 인해 잃어버린 30년이 될 우려가 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일본의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에게는 타산지석이다. 1990년대의 일본과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신흥 시장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흥 시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이 2009년 50%에서 2020년에는 57%, 2030년에는 61%로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일본과 2014년 한국의 모습 흡사” = 신흥 시장의 대표 주자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경계할 만하다. 중국은 수출 부진으로 인한 성장 둔화와 소득, 지역, 도농 격차의 완화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또 공기업 위주 구조와 심각한 부정부패,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도 문제이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 시장에 그대로 미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1% 떨어지면 한국은 0.2%~0.3% 하락한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 고령화, 가계 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침체, 잠재 성장률 저하 등으로 경제의 구조적인 위험성이 증대하고 있는 판국이다.

IMF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던 1990년대 한국과 2014년 중국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문어발식으로 사세를 확장했던 한국과 2014년 현재 공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은 닮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중국이 아닌 다른 신흥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경기 위기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가계 부채가 많지 않고, 내수 시장이 탄탄한 덕분에 그마나 지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서든지 일본식의 경제 불황의 길로 가서는 안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시간이 있다.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임의 룰이 달라졌다. 과거 산업화 시대가 규모의 경제였다면 21세기의 고도의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서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 애플은 지식 기반 경제 시대의 대표적인 회사이다. 애플은 2012년에 무려 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직접 제조하지 않고 위탁 생산 모델을 채택한 점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은 지식 기반 경제 시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력 갖춰야” = 애플은 지식 기반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플랫폼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하드웨어 게임으로 여겼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또하나의 하드웨어 기기가 아니라 이를테면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아이튠즈와 같은 음원 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처음부터 이러한 플랫폼 모델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매킨토시로 PC 전쟁에서 처절히 깨지고 나서야 마침내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스마트폰 시대의 개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은 디자인 면에서도 특출한 역량을 보였다. 뛰어난 UI & UX 기술이 그 기반이 되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의 역량이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UI & UX 기술 덕분이다. 특히 애플의 이같은 역량은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 더욱 빛을 발했다.

블랙베리는 이메일 등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기능을 특화함으로써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애플의 플랫폼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앱 스토어’에 밀린 탓이다. 현재 앱 스토어에는 수백만개의 앱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애플이 직접 만든 것은 거의 없다. 애플은 앱을 올린 개발자에게 이익금의 70%를 분배함으로써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들었으며, 이러한 플랫폼에 기반한 생태계 전략은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이러한 전략에 자극받아 마인드가 변화, 애플처럼 앱 개발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 또 자체 OS로 바다를 개발했지만 포기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OS로 선회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성공은 삼성전자 독자적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구글 연합군이 만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엄청 늘려 나가고 있다. 2013년에 3만9천명이었는데 앞으로 5만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한다.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 수익성과 내실 경영이 생존 전략의 기본” =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기업들은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까? 먼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여 현금 흐름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현금 유동성 확보와 원가절감, 구조조정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과 내실 경영이 생존 전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보다는 재고와 매출 채권이 반영되는 현금 흐름표를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경영이나 리스크 요인의 관리, 리얼 옵션(real option)식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리얼 옵션식 투자 전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은 빨리 하되 대규모 투자는 자제하는 것이다. 단계별로 기대 수익률과 성공 확률을 분석하여 투자 확대냐 철수냐의 여부를 민첩하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장기 저성장 시대의 전략 방향으로는 또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조정도 필요하다. 핵심 역량과 사업에 좀더 집중하고 현금 흐름 창출력이 낮은 비 핵심 활동과 적자 사업은 과감히 아웃소싱하거나 전략적 제휴 또는 매각, 청산을 통해 자본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직원, 고객, 협력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해 위기 극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통 분담의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에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점검과 신성장동력 창출 중요” =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들어갔다고 해서 마냥 움츠려 있으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력이 있는 기업은 창조적 혁신과 신성장 동력을 창출함으로써 위기를 도약의 전기로 삼을 수 있다. 불황기는 시장 지위가 바뀌고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이다. 맥킨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상위 25% 기업 중 40%가 탈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장기 저성장 상황은 저평가된 국내외 기업의 M&A의 적기이다. 이 때에 오히려 장기적 시각에서 국내외 우수 인력 확보와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즉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고객의 니즈 변화를 포착,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차별적인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기업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웅진코웨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든다.

웅진코웨이는 IMF 위기로 매출이 30% 격감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판매 모델을 생산-렌탈-서비스 모델로 혁신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는 페이프리(payfree)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성과를 증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commodity trap과 cyclical 비즈니스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신적 R&D 역량과 고객사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퓨전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해 고객별 맞춤식의 제품 공급체제를 강화했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점검과 신성장동력의 창출이 중요하다. 불황기에 진검승부가 펼쳐지며 실력이 제대로 가려진다.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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