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있는음악실 대문

Jtbc 효리네민박이 화제입니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동물들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삶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중 이효리의 남편 이상순은 아침마다 좋은 선곡으로 음악인의 면모를 드러내는데,
특히 1회에서 민박집 오픈 날 아침의 선곡 센스에 감탄했습니다.

청량하고 고요한 제주 아침과 같은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이번 달의 음악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Bach Goldberg Variations BWV.988
 

 

Johann_Sebastian_Bach
음악의 아버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03.21~1750.07.28)
 

아침과 잘 어울린다며 소개를 시작한 이 곡은 아이러니하게도 바흐가 자장가로 만든 곡입니다.

 

1742년 독일,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 카이절링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골트베르크라는 어린 *쳄발로 연주자를 고용해서 매일 밤 잠들 때까지 옆방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갔고, 백작은 바흐에게 들으면 잠이 잘 오는 곡을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이에 바흐는 *변주곡을 만들며 “변주곡은 기본 주제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재미없는 작업이지만, 잠이 오게 만들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변주곡은 처음으로 연주한 소년 골트베르크의 이름을 따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되었고, 주제인 아리아(Aria)와 서른 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카이절링 백작은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골트베르크를 불러 이 곡을 연주하게 했으며, 바흐에게 이 곡에 대한 사례로 황금 잔과 담뱃갑에 금화를 가득 담아서 줬다고 하는데 이것은 바흐의 1년 봉급을 넘는 금액으로 바흐가 평생 받은 사례비 중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이 곡이 실제 불면증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마 이 훌륭한 작품이 자장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겠냐며 이 일화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엄청난 곡입니다.

 

바흐가 창작한 마지막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이기도 한 이 곡은, 바흐의 모든 작곡 기교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30개의 변주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있어 어떠한 변주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고,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수학적 논리를 통해 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완전무결한 구조의 변주곡은 완벽한 구조 속에 일관된 음악적 스토리를 담으며 아름다운 선율미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음악사의 그 어떤 변주곡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이로운 독창성을 가진 위대한 걸작으로 칭송 받고 있습니다.

인류가 멸망해서 모든 음악 유산이 파괴되고 유실되어도 바흐의 평균율 피아노 곡집만 남아 있다면 바흐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음악을 재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 칭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09.25. ~ 1982.10.0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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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굴드가 반려견과 함께 피아노를 치는 이 사진은 제 PC와 휴대폰의 오랜 배경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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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으니까 두 장 더…
 

이 곡은 원래 피아노가 아니라 쳄발로를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피아노로 제대로 된 연주법을 확립하기 어려웠고,
흥미를 끌기 어려운 ‘변주곡’ 이라는 장르에다 곡이 매우 길고 연주하기에 어렵기에 사실 연주자와 대중들에게 외면 받을 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웬만한 피아니스트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연주는 많은 관객을 재웁니다.)

그러던 1955년, 글렌 굴드는 음반사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 곡을 레코딩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이전의 모든 연주들과는 다른, 선입관을 붕괴시키는 파격적인 그의 연주는 지금까지도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Goldberg가 아니라 Gouldberg다.” 이 표현에 모두가 동의하게 하는 그의 연주는 음악의 기본을 추구하는 담백한 바흐의 곡에 주관적인 해석과 특유의 흥으로 다채로운 색채를 입힙니다.

 

레코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반 중의 하나가 된 굴드의 이 음반을 들어보면 웅웅거리는 허밍이 함께 들립니다.
굴드가 연주하며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것입니다.
당시 녹음 기술자들이 피아노 소리만을 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도 일부는 지울 수 없어 애를 먹었고, 그대로 발매가 되었다 합니다.

이토록 독특한 예술가 굴드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끝없이 자기 성찰을 하며 살았고 주변인들로부터 아주 상냥하고 진실된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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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팬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굴드의 모습입니다.
 

전 세계 어느 연주, 어느 녹음에든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를 가져가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연주하며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렸던 이 사랑스러운 피아니스트는 평생 동안 남긴 60여 종의 음반들로 여전히 끊임없이 전 세계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듯한 글렌 굴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들려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덥고 습하지만 마음은 뽀송 쾌적한 여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포르켈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 출처
바흐
강아지와 굴드
멋쟁이 굴드
악보 읽는 굴드
피아노 치는 굴드
 

*쳄발로(Cembalo):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사용된 건반악기로, 피아노의 전신. 쳄발로는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사용된 명칭이며, 영어로는 하프시코드라고 함
*변주곡: 하나의 주제곡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변화를 준 곡으로 구성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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