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있는음악실 대문

 

 

뼈가 시리고 맴이 시린 11월입니다.

‘가을에는 발라드’라 하듯이 11월은 슬픈 감성을 만끽하기에 가장 적합한 달이 아닐까 합니다.
굳이 슬픈 감성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울해지는 날에는 신나는 음악보다 슬픔을 공감해주는 듯한 슬픈 감성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실제 조사에 의하면 슬픈 음악을 들으면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과 함께 일정하게 긍정적인 감정이 생긴다고 합니다.

 

Bach-Busoni Chaconne in D minor BWV 1004

 

이달에 소개해드릴 바흐 부조니 샤콘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곡으로, 후기 낭만파 음악가인 부조니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본래 바이올린 솔로 곡으로 작곡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작품집은 세 곡의 소나타와 세 곡의 파르티타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곡은 바이올린의 모든 가능성을 구사하며, 단일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 그 이상의 넓고 깊은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원곡입니다.


이차크 펄만은 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현재 세계 모든 악기 연주자를 통틀어 최고라고 칭해지는 음악가입니다.
2년에 한 번 꼴로 내한하는 이차크 펄만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예술의전당 공연정보 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이렇게 바이올린 선율 만으로도 감동적인 음악을 건반악기만이 할 수 있는 깊고 화려한 표현으로 편곡한 부조니의 피아노 곡은 듣는 이로 하여금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한 예술가의 치열하고도 처절한 삶의 서사를 그대로 지켜보는 듯, 세상과 아득히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 바흐가 이 곡을 최종적으로 완성한 것은 1720년으로, 그 해 바흐는 한 살 많은 육촌 누이였던 아내 마리아 바바라를 잃었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자식 중 셋을 그 전에 하늘나라로 보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이런 음악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더 큰 고통을 간접 경험하며 나의 아픈 감정을 멀리서 바라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조니 편곡 버전입니다. 사연있는 음악실 5, 6월 편에 소개 드린 김선욱의 연주로 들려 드립니다.


김선욱은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 최연소로 우승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오른 음악가입니다.
현재 세계 최대 클래식 매니지먼트 아스코나스 홀트 소속으로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스코나스 홀트에는 조수미, 안드라스 쉬프, 예프게니 키신, 요요마 등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지난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사연있는음악실에 비탈리의 샤콘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청곡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 기쁘고 재미있었습니다.
지금 콘텐츠를 보고 계신 분들께서도 다른 많은 분들과 함께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해주시면 적절한 달에 소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봄에 연간 콘텐츠를 기획해 놓았고, 마침 11월에 바흐 샤콘을 계획했기 때문에 이달에 함께 소개 드립니다.

 

Vitali Chaconne in G minor

 

샤콘은 춤곡의 한 종류지만 분위기가 무겁고 장엄하여 어떤 작품에서든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탈리의 샤콘 또한 그러한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이라는 카피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적 메시지에 힘입었다고 저평가되기도 하지만 분명 많은 이들이 공감해왔기에 유명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후, 바흐의 샤콘도 같은 수식어로 묶여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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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샤콘이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처절한 절규라면 비탈리의 샤콘은 살이 에이는 듯한 고통과 애절한 흐느낌처럼 들립니다.
 

자랑스러운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연주로 들려 드립니다.


장영주는 음악을 전공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인지 어려서부터 음악에 천재성을 보이며 세계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자란 음악가입니다.
아스코나스 홀트와 함께 주요 매니지먼트로 꼽히는 IMG 아티스츠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달에 소개 드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들이
슬픈 분에게는 위로를, 기쁜 분에게는 감동을 드렸으면 합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참고자료
바흐 샤콘
중앙일보
 

이미지 출처
바흐 샤콘
비탈리 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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