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 민수홍 “개발, 겁내지 말아요”

어린시절부터 투철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어렸을 때부터 노력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연이 필연이 돼 개발자의 길을 걷는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연찮게 접한 컴퓨터가 신기해서, 게임하는 게 즐거워서 관심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고 할까.

민수홍 영림원소프트랩 신기술지원팀 팀장은 초등학생 때 우연찮게 접한 삼성전자 8비트 SPC1000 컴퓨터와의 인연이 계기가 돼 개발자가 됐다. 이때만 해도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테이프에 프로그램을 담아야 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 동생과 밤늦게까지 명령어를 입력하다보니 프로그래밍에 맛을 들였다.

“이 때부터 장래희망란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적었습니다. 막연하게 개발자를 꿈꿨던 거지요. 왠지 멋있어 보였다고 할까요. 컴퓨터 잡지도 사서 읽어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장래희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지나면서 점점 옅어졌다. 학원도 다니고, 나름 공부도 했지만 학창시절 꿈꾼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그저 막연한 목표일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시기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였나요. 컴퓨터 프로그래머란 꿈을 잊어버릴 때 쯤, TV에서 ‘영웅시대’라는 해커를 다룬 드라마를 봤어요. 컴퓨터를 가지고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드라마 장면이 멋있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요.”

# 프로그래밍, 장난 아닌데?

“정말 열심히” 공부한 덕에 민수홍 팀장은 전산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개발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학문의 벽은 생각외로 높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알음알음 배웠던 베이직과 달리, 프로그래머가 배워야 할 부분과 영역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히 C언어를 배울 땐 이해가 되지 않아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였습니다. 영어이기도 하고, 시스템 영역을 다룬다는 게 너무 복잡하더라구요. 솔직히 1학년 초창기엔 수업을 몇 번 빼먹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재밌지 않았다. 처음 한두 번 수업을 빠지고 나니 나중엔 수업을 따라잡기 더욱 어려워졌다. 중간고사를 보아도 대체 어떻게 답안지를 채워야 하는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다시 수업을 빠지고…. 악순환이 반복됐다. 만약 민수홍 팀장이 여기서 무너졌다면 지금과 같은 10년 경력의 개발자가 되지 못했으리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소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절치부심하고 1학년 말에 컴퓨터 관련 전산과 학술 동아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방학 때마다 합숙하며 선배들한테 배우고 코딩 연습도 하면서 실력을 쌓았지요.”

다이렉트X를 써서 게임도 개발해 보고, 리눅스와 유닉스 운영체제 다루는 법도 실습하는 등 민수홍 팀장은 프로그래밍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배워나갔다. 개발 미각이 돌아왔다.

“사실 전 코딩은 좋아하는데 컴퓨터의 구조나 논리회로 이해하는 건 쥐약이었어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분야 성적은 좋지 않아요. 제대로 이해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솔직히 지금 제가 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개발도구 만드는 것과는 관련이 적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수홍 팀장은 그 흔한 휴학 한 번 없이 대학교 4년을 내리 다니고 졸업했다. 대학원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연구 분위기에 압도당해 바로 현장을 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는 것보다 직접 자기 손으로 무언가 개발하는 게 더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올 판이었거든요. 보통 대기업은 졸업예정자나 졸업하고 1년 이내인 사람은 주로 뽑는데,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면 취직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컸지요. 중간에 군대를 갔어야 했는데 말이지요. 다행히 운이 좋아 병역특례로 마쳤습니다.”

# 야근의 연속을 견디는 노하우가 필요해

그리고 시쳇말로 야근의 연속이 시작됐다. 그가 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5일 근무제가 아니었기에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엔 꼬박 회사에 나와 개발을 했다. 회의도 많고, 밤샘도 많았다.

“그 당시 제뉴인이라는 프로그램 패키지 개발 작업을 진행중이었는데, 이 프로젝트 기간이 매우 길었습니다. 한 2년 고생했지요. 다들 예민해져서 별 거 아닌 일에도 다른 사람에게 쏘아붙이게 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발자에게 야근은 친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부족한 수면 탓에 민수홍 팀장은 점점 예민해졌다. 주변 개발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개선해 달라고 부탁하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또야? 뭐가 안된다는 거야?’라며 괜히 신경질을 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짜증만 낼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 창구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개발 초창기 땐 이런 경험이 없어 그저 차곡차곡 담고만 있었지요. 지금이야 야근이 많이 줄어서 그때와 같은 일이 생기진 않지만, 저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시간을 가집니다. 아니면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뭐가 좋은지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요.”

버팀의 시간 10년. 민수홍 개발자는 노하우가 쌓였다. 지금 그는 오늘 끝내야 할 일, 일주일에 할 일, 그동안 논의했던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식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현재 그는 영림원 서비스쪽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남은 서비스 건이 몇 건 있는지, 처리하지 못한 게 몇 건인지 살펴보고 오늘은 어디까지 처리하겠다는 작업 목표를 세운다. 이때 무리해서 마감 일정을 세우려고 욕심 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언제까지 개발하겠다고 말할 때 일정을 무리하게 잡습니다. 하루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막연한 추정을 하지요. 근데, 개발해보면 알겠지만 뱉은 날짜를 지키는 게 쉬운게 아닙니다.”

프로그램 사양은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는 이상 마감을 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발을 안하는 게 아니다. 게으름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했는데도 언제쯤 완료될 지 장담할 수 없는 게 프로젝트다. 민수홍 팀장은 3~4년차 됐을 때 이 점을 깨우쳤다고 한다.

“물론 지금 팀장이 되니까 눈에 보여요. 저도 같은 고민을 한 시절이 있어서인지, 직원들이 부담 가지지 않고 좀 더 가능한 목표를 잡아 일을 하게끔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혼자 일을 다 하는 게 아니니까, 조율해야지요.”

민수홍 팀장은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개발자로 사는 게 꿈이다. 이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배우는 일을 반복한다. 새로운 기술에 둔감한 개발자일 수록 개발자로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알아서다. 후배 개발자들에게 뭔가 알려줄 수 있어야 선배 개발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민수홍 팀장은 신입 개발자들이 궁금하다면서 질문할 때면 그 모습이 기특해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후배 개발자들이 뭔가 새로운 일이 주어졌을 때 겁을 내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컴퓨터 분야는 날이 갈수록 항상 새로운 게 나오는데,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져야 개발자로 오래 있을 수 있거든요. 처음 개발할 땐 모르는 게 당연한만큼, 많은 질문으로 절 괴롭혀줬으면 하네요.”

출처 – 블로터닷넷 http://www.bloter.net/archives/14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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