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Forum(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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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회 영림원CEO포럼] 최초의 질문: 기술선진국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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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최초의 질문과 치열한 스케일업이 혁신의 핵심 원리”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175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이정동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1일 17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최초의 질문: 기술선진국의 자격’을 주제로 강연했다. ‘축적의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의 기술혁신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정동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저서 <축적의 시간>에서 말한 축적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단 축적의 지향,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축적의 지향은 새로운 길을 찾는 최초의 질문 즉 도전적인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스몰배팅 전략으로 시행착오를 쌓으면서 질문을 업데이트 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버텨야만 한다”며, “결국 혁신의 핵심원리는 상식에 도전하는 담대한 최초의 질문과 치열한 스케일업이며, 우리가 기술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한국이 기술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 한국은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벤치마킹 대상이 된 낯선 느낌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술선진국인가? 기술선진국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고 산업의 룰을 재편해 나간다. 한국은 아직 기술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선진국이 출제한 문제를 남보다 잘 해결하는 문제해결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문제해결자에서 벗어나 문제출제자로서 기술선진국이 되는 길은 무엇일까?


다이슨의 진공청소기가 대박을 친 것은 무게나 전력소모량, 흡인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먼지 봉투를 없애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혁신의 구루로서 업계의 상식에 도전하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무려 15년에 걸쳐 5,127번의 개선작업을 거쳐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의 개발에 성공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인텔이 처음으로 CPU를 개발한 것은 자체 아이디어가 아니고 일본의 전자계산기 제조업체였던 비지컴의 코지마 요시오 대표의 도전적인 질문에서 비롯됐다. 코지만 대표는 일본에 출장 온 인텔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를 만나, 전자계산기에 들어가는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통합한 칩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제품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 엉뚱한 질문은 훗날 CPU의 개념적 기초가 됐다. 인텔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내부에서는 아무도 해 보지 않은 개념이라 실패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이 있었다. 인텔은 2년의 시행착오 끝에 1971년 시제품을 완성하고 그 해 11월 최초의 범용 CPU 인텔 4004를 출시했다. 하지만 사겠다는 기업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텔은 1972년 8008, 1974년 8080, 1978년 8086을 잇달아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러다가 1981년 IBM이 출시한 개인용 컴퓨터인 5150에 채택되면서 인텔 제국의 시대가 열렸다. 스케일업 혁신의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데이터센터도 상식을 뛰어넘는 도전전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는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두면 데이터센터 운영의 문제로 꼽히는 발열과 전력소비량을 낮출 수 있다는 대담한 발상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는 이 제안에 “있을 수 없는 아이디어다, 미쳤구나”라며 반응을 보였지만 2015년부터 시험에 들어가 작업을 반복하다가 2018년에는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넣고 2년간 전력소모량, 고장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시험했다.

최초의 질문에 따른 첫 프로젝트는 작게 시작해야 한다. 도전적인 질문일수록 시행착오가 크기 때문이다. “회사의 명운을 건다”는 식은 곤란하다. 스몰배팅 전략으로 문제가 생기면 빨리 방향을 수정해 시행착오를 쌓고 질문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특히 조직의 구성원에게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던질 기회를 제공하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격려하는 환경이 절실하다.

◆“아무도 하지 않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길을 만들어가야” = 한국공학한림원은 2019년 <한국산업기술발전사>라는 기록을 내놓았다. 4년에 걸쳐 300여명이 집필에 참여한 이 기록은 총 10권의 책, 5000여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형 전전자교환기 TDX의 스펙이 깨알같이 기록된 어마어마한 이 책은 공학적 내용이 너무 많아 아무나 읽을 수 없다.

그래서 300여쪽의 분량으로 요약한 <대전환>이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그 집필 과정에서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선진국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 기술자들이 처음 본 설비의 크기를 알려고, 성인 남성의 평균 보폭인 68센티미터를 머릿속에 두고 걷는 연습을 한 다음에 현장에 가서 어렵게 지식을 습득했다. 또 포니 자동차의 제작 과정에서 설계를 배우려고 4명의 기술자를 이탈리아에 파견했는데 설계 과정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4명의 기술자들은 매일 저녁 한데 모여 그날 보고 들은 내용을 서로 비교해 가며 기록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은 환경에서 기억하고 밤새 기록한 기술자들의 정성이 지금 ‘이 대리 노트’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도입기술 단계에서 자체 기술 단계까지 얼마나 힘겹게 추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자체 기술 단계에 진입했다. 선진국과 견줘도 뒤치지 않는 기술력과 제품 생산력을 갖췄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그리고 발사체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선진국에는 이미 있고 한국에는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에 새로운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기술선진국이 되려면 ‘전 세계에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에서 이제는 문제를 출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과거 애플이 노트북의 화면 비율을 당시 표준이던 4:3에서 16:9로 바꾸기로 하고, 그 생산을 국내 기업에 제안했는데 국내 기업은 한 달도 안돼 시제품을 개발했다. 스티브잡스는 이를 두고 “16:9로 만들 수 있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가 로드맵 밖의 질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가는 문제해결자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문제출제자가 되려면 아무도 하지 않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한 걸음 디뎌 지도를 업데이트 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기술선진국이 지난 200년동안 착실히 다진 방법이다. 이제는 모방이 아니라 창조, 추격이 아니라 개척을 통해 앞선 이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설원 ‘화이트 스페이스’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혁신과 국가의 일 = 최초의 질문은 도전적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기술혁신의 위험부담을 국가가 같이 져 준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NASA의 스페이스X 지원이다.

항공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이라는 최초의 질문 하나를 들고 설립되어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2015년에 마침내 1단 로켓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위성 발사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길을 열며 우주 발사 시장의 질서 변화를 알린 사건이었다.

스페이스X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개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NASA였다. 그것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투자했다. 기술혁신에 국가의 소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가 기술혁신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 △고수를 키우는 평생학습사회 구축 △기업의 도전적 시도를 뒷받침하는 기업환경 구축 △혁신지향적 공공조달 시스템 구축 △스케일업 지향의 벤처지원체제 구축 △제조업 르네상스 △혁신금융시스템 구축 △효율적인 규제 업데이트 시스템 구축 △혁신 수용성을 높이는 혁신 안전망 △도전, 축적, 혁신 지향의 문화와 리더십 등이다.

최초의 질문으로 혁신을 이끄는 리더십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 MIT는 2017년 <사이언스>에 재미있는 유아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15개월의 유아를 2개 그룹으로 나누어 30초동안 작은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한쪽은 아주 어렵게 꺼내고, 다른 쪽은 아주 쉽게 꺼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아기들이 좋아하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쥐어줬다가 장난감의 전원을 꺼버리고 소리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기들의 반응을 살폈다. 소리가 날 때까지 두드리다가 금방 흥미를 잃고 장난감을 버리거나 연구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주 어렵게 뭔가를 꺼내는 쪽의 아기들은 다른 쪽보다 두배가 넘는 횟수로 장난감 버튼을 눌렀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것은 도전의식이나 끈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더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시도를 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보는 구성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인생에서 분투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자녀들의 끈기가 높아진다. 그리고 조직에서 리더가 매우 풀기 힘든 어려운 질문을 던져 놓고 스스로 분투하는 것이 구성원들의 열정과 끈기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새로운 리더십의 전형이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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