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지속 가능한 경영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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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Voyager Project Team, R&D.

 

더운 나라에서 10년 정도 살다 보면 몸이 더위에 적응하면서 체질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덥다 보니 웬만한 공동생활 단지에는 수영장이 필수 시설이어서 수영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독학으로 배운 수영이지만 나름 자유형 정도는 그런대로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 새로 이사를 간 동네 근처 문화센터에 수영 강좌가 있어서 큰맘 먹고 새벽 수영 강습에 등록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50미터 정도 가면 숨이 턱에 차오르고 어깨, 허리, 목, 허벅지 할 것없이 온 몸이 굳어져서 쉬어야 했습니다.

제가 수영하는 것을 보더니 코치가 나지막하게 내뱉는 말이, “그렇게 하시면 멀리 못 가요” 였습니다. 속으로는 체력이 모자라서 그러리라고 생각을 하다가, 몇 주가 지나자 지금 내 수준으로는 50미터 이상 수영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때야 비로소 “아하 역시 배워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고, 지금 역량이 생존도 힘든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소 수영 코치의 지도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멀리 갈 수 없어요” 라는 코치의 말을 듣자 최근에 자주 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문구가 떠 올랐습니다. 멀리 가려면 수영의 기초는 적절한 킥이 받쳐줘야 하는데, 가슴에 호흡이 남아있고 어깨에 힘이 남아있을 때는 그 중요성을 지나치는 것처럼, 기업에 아직 자금의 여력이 있고 향후 수개월 정도의 급여를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면 기초를 강화하는 일보다는 사업의 다각화 및 확산과 같은 즐거운 비전 작업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창업에서부터 폐업까지의 전 과정을 미리 경험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영자는 매우 드물고 시간을 내서 경영자 수업을 받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결단일 것입니다. 사람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사업일수록 멀리 가는 경영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며, 무언가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이 된다면 위험 부담을 덜 수 있을 텐데 ERP 시스템은 그 차선의 도구로서 경영의 바다에서 멀리 헤엄쳐 갈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킥 능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관리자와 업무 담당자의 경우에는 업무에 대하여 그 현장에서 배우고 공부하고 경험한 것이 거의 전부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50미터 이상을 헤엄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킥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수영이 금방 다리부터 가라 앉고 어깨와 목이 굳으면서 체력이 소진되어 가라앉듯이 기업 경영과 업무 운영 처리 역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리된 사항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서 업무의 모든 부위에서 통증 (Pain)이 발생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처리해야할 업무들, 즉 영업, 입출고, 생산, 구매 활동은 일단 처리하겠지만 마감, 정산, 품질, 결품, 이동, 지연, 반품, 원가 등 곧 이어 일어나서 쌓이기 시작하는 저항들을 치워야 할 것이기에 체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입니다. 업무의 계획 수립과 현장의 관리 및 실행 역량 역시 ERP 시스템이 제시하는 디지털 경영 메커니즘을 통하여 관리와 현장에서의 업무 처리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의 킥 능력과 체력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업무 형태에 익숙해 갈 무렵, 매출이 증가하고 취급하는 품목 유형도 다양해 지면서 사업 영역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상당히 다른 성격의 품목이나 업무를 감당해야 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수영 강습에서는 자유형에 어느 정도 몸이 익숙해 지면서 곧 배영으로 들어가는데, 이것은 마치 기업 운영에서 새로운 품목에 도전하여 영업, 판매, 구매, 생산, 회계 처리의 모든 업무 영역에서 전혀 다른 회사에 입사한 것과 다름없는 도전을 안기게 될 것입니다. 배영에서 몸을 위로 뒤집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 관리 사항입니다. 그저 물 위에 떠서 호흡을 할 수 있으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경쟁을 해야하는 수준이 되려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유형만 조금 하는 일반인은 차라리 처음 배영을 배우는 사람보다 배영을 배우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고정 관념은 매우 넘기 힘든 장벽이어서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할 일도 오른손을 고집하게 되고 배영에서도 자유형 식으로 생각을 하며,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할 품목과 생산 라인에서도 과거에 자신에게 익숙해진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고 SI 프로젝트와 Customization 위주의 프로젝트를 해온 컨설턴트는 수정이 없는 Cloud 사업에서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진단하고 판단하며 접근하려 할 것입니다. 자유형 강습에서 사이드 킥 연습 과정이 있는데 옆으로 몸통을 회전하면서 중심을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유형에서 배영으로 전환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번 ERP 시스템을 접하게 되면 이러한 업무의 전환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품목의 전환과 생산 방식의 전환, 창고 자재 이동 방식 등이 바뀌더라도 ERP 시스템은 그러한 변화 관리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업무에서 일어나는 관념적인 운영의 변화를 정보 체계를 통해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시스템의 환경 설정을 수정하여 업무의 변화관리를 용이하게 해 주고, 또 신입 직원의 업무 습득 속도와 품질 수준의 유지를 용이하게 해 줍니다.

사업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의 변경 주기와 관리 주기가 다르고 속도나 품질의 개념이 다른 사업이거나 혹은 동종 사업이라도 규모가 달라지게 되면 우리 기업의 관리 역량과 앞으로 닥쳐올 저항을 (Pain Points) 예측하고 우리 기업에서 스스로 변화하면서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 진단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경험이 많은 전문 ERP 업체라면 유익한 사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RP를 선택하는 것은 심각한 운영의 변화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만큼 선택의 기준이 중요한데, 문제는 ERP를 도입할 기업 자체의 판별 능력입니다. 대부분의 ERP 시스템은 겉으로 봐서는 거의 유사합니다만 실제로는 그 시스템이 자유형, 배영, 혹은 평영이나 접영 유형으로 구별되는 것만큼이나 ERP 시스템의 내부 구조와 역량은 다릅니다.

기업은 ERP를 선택하기 전에 동종 업체의 표준 RFP 자료를 참조하고 우리 기업에서 구현해야 할 관리 포인트와 Pain Point가 ERP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어떤 품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운영 방안을 가지고 와서 체험해 보는 것입니다.

배영 강습을 지나 평영으로 들어가면서 그동안 개헤엄으로 알려진, 누구나 가르쳐주지 않아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오던 개념이 착각 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평영의 발 동작은 코치의 지도 없이는 거의 습득하기 어려운 분야임을 알게 되었고 겸손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수영장에 가면 물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 먼저 물에 뜬 후 킥으로만 추진력을 살려보고, 그리고 팔을 젓고 코로 (내쉬기가 아닌) 소리내기를 하면서 내 몸을 물에 맡겨봅니다. ERP가 제공하는 경영 및 운영의 Mechanism을 통하여 멀리 가는 시스템 경영을 미리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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