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지식 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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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PM, Management Contents.

 

최근에 부쩍 많은 컨설팅 전문가 혹은 업체들 사이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논하는 자료를 많이 보게 됩니다. 다소 진부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여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다시금 한번 재조명해서 생각해 볼만한 사항들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나름 이 주제를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전통 산업 영역, 즉 지금까지는 타 산업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 온 산업별 전문 영역, 즉 산업 Vertical과 업무 Vertical Function 의 개념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산업 혁명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RP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막연히 생각해 온 것으로, 산업 혁명 이후 회계학과 제조업의 발전적변화에 따라서 MRP, COA, 6시그마, 가치 사슬 등 관리 방법론의 등장과 이에 기반한 Vertical 사업 표준이 자리를 잡아오면서 ERP, SCM, CRM과 같은 패키지가 등장하였으나, Non-IT 현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Business Practice의 모습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각 산업의 Business Practice를 잘 분석하고, 컴퓨팅 역량을 접목하기 위하여, 일종의 Digital Transformation 공학을 거쳐서 ERP와 같은 패키지가 등장하였으나, 그 기저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가치, 즉 규칙을 준수하고, 표준을 따르고, 기존의 Vertical 산업의 관습을 충실히 지키고 검증하여 기업 회계와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변함없는 가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QCD 지표로 대변되는 이러한 가치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잊혀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니겠지만, 이제 각 산업의 Vertical 업종에서 그 고유한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기존의 부동산 투자로 대변되는 기업의 재테크 모습은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산업 필수 사항으로 대체되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그 경영 관리 및 운영 Dashboard의 모습이 매우 달라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어떤 컨설팅 관련 자료에서 “구매전환율”이라는 지표가 핵심 지표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물론 기존의 CRM에서는 Lead to Purchasing (L2P) 혹은 Lead To Contract (L2C) 프로세스와 관리 지표가 존재하지만, 거기에서 언급된 구매전환율은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의 구매 전환 방식으로서 그 의미가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옷 가게인데 그 옆에 얼토당토않게 넓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와이파이를 제공해서 누구든 부담없이 와서 옷 구매와는 전혀 관계 없이 커피와 함께 게임이든 뭐든 인터넷 서핑을 즐기다가 그냥 가는데, 나중에 분석해 보니 거기서 일어나는 구매 전환 효과가 상당해서 구매전환율이 60% 상승했다는 스토리입니다.

그런 자료를 보고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미 세상은 진행형이 아니라 완료형으로 엄청 빠르게 변해 있고, 새로운 문화에서는 사람들의 의식 흐름이 변하여, 그로 인한 구매 양상과 구매 의욕, 구매 시기, 구매 장소의 변화가 확연히 일어나고 있으며, 말로만 듣고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던 Big Data, Cloud, AI의 시대가 기술 이전에 먼저 그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에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BTS가 왜 그렇게 국내나 동양권만 아니라 인종을 뛰어넘어 주목을 끌고 있는지, 아직 잘 와 닿지 않고 있는 저이지만 BTS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는 다른 문화적 주파수로 젊은이들 간에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조금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그런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 시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우선 언어학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음을 통감합니다. 과거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나 컨설팅 회사에서 컴퓨터 공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선호하였습니다. 아마도 바로 업무에 투입시키기가 용이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들을 살펴 보면, 물론 컴퓨터 시스템,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공학, 업무 지식 등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온 영역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러한 지식들은 대부분 Offline으로, 혹은 회사에 입사 한 후 선배로부터,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그 분야의 전문 학습을 통하여 습득한 기술과 지식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마도 언어학, 미디어 전공, 통계학과 같은 분야의 전공자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프로그래밍 기술은 점차로 DevOps 기술의 발전으로 보편적인 역량이 될 것이고, 업무 지식도 AI의 발전으로 인하여 시스템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 Repository를 바탕으로 AI가 인간보다 월등한 역량으로 지식을 뽐낼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I를 움직이기 위한 인간과 기계의 Interface를 위해서는, 인간의 사고 방식을 바깥 세상으로 드러내는 언어학이 필요할 것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AI로 하여금 기업의 문화를 인식하고, 기업의 경영과 운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와, 또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예외 사항을 어떻게 AI가 이해하고 처리하게 할까를 연구하고 구축하는 언어학 역량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글로벌 업체들이 보이스 인식 시스템에 열을 올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Digital Transformation 및 ERP 컨설팅 Contents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를 찾아보지만 가끔 논문에서 사례를 찾게 되어도 실험적인 수준이 대부분이어서 도입을 망설이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경영진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 사항을 이해해야 하며, 동시에 업무별 임원의 생각, 기획 관리자의 고민, 중간 관리자의 역량, 현장의 애로 사항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용어가 무엇이며,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그러한 각 계층의 업무들을 최소한의 변수로 분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단어나 요소, 혹은 그 개념이 무엇일까 발견해 내는 것이 극히 중요하며, 제 분야에서는 경쟁과 사활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는 요소들입니다. 이것은 곧 제조업의 원가 경쟁과 같은 원리로서, 어떻게 최소한의 생각의 공정 흐름을 통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직접적으로 고객과 상대방의 의중과 기업의 현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각 분야의 담당자들에게 짧은 메시지로 더욱 효율적인 의사 전달과 행동 규칙을 뇌리에 심어주고 공감을 유발하여 업무의 진행 프로세스와 일의 효율을 담보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주제로 돌아와 보면, 조직의 각 계층과 역할에 따라서, 업무를 분류해 보면 크게는 경영, 기획 및 통제, 계획, 실행의 영역이 있고, 기업의 운영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의사 결정을 위한 가장 상위의 독립변수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좀 더 세분하여 조직의 계통에서, 영업, 생산, 물류, 지원 등 공통기본적인 16개의 상위 업무 영역이 있다면, 그 업무들과 모든 계층 담당자에게 공통적으로 유의미한 속성, 즉 불확실성, 대응 필요성, 리드 타임, 업무 효율 등 각 요소들에 대한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여기에서 운영 모델을 도출해 내면, 이후의 종속적 변수들은 쉽게 결정됨으로써 순조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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