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에 대한 단상”

2017.10.01

 

공식적으로 아마 가장 긴 11일 간의 연휴가 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평생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긴 휴가 기간을 가져 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모처럼 전 국민이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10월 연휴는, 우리 민족이 처음으로 하늘로부터 내려와 새 세상을 연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과 한 해의 농사가 결실을 맺는 계절에 오곡백과로 조상께 감사의 차례를 드리는 추석과 우리 민족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인 한글 창제를 기리는 한글날이 연이어 있어 생긴 연휴입니다.

추석에는 고향을 찾아 떨어져 지내던 부모 형제와 만나 조상에 차례도 지내고 하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천절이나 한글날의 의미를 새기기보다는 그저 노는 날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의 의식 속에 가족의 소중함은 지대하지만 국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은 나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는 까닭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10월에 고조선 멸망 후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고려의 팔관회 등의 제천행사를 치르며 함께 어울려 먹고 마시며 춤을 추고 노는 한편 하늘 앞에 자신을 돌아보고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시조 단군의 가르침을 되새겼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바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치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이루는데 일조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지 않습니까…

외국어를 배워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이 바로 같은 글자를 두고 읽는 발음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단어들을 따로 외워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글은 한치의 예외도 없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초성•중성•종성의 순간적 결합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변하는 소리를 냄으로써 두뇌의 처리 능력을 발달시켜 우리 국민들의 ‘빨리 빨리 처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글을 창제한 한글날을 기리는 것은 정말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공자로부터도 흠모를 받았던 민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 2300년 전, 공자의 7대손 공빈(孔斌)이 고대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서 쓴 [동이열전]에 다음의 글이 있다고 합니다.

…..
동이는 그 나라가 비록 크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그 나라의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다른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

풍속이 순박하고 후덕해서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는 것을 서로 양보하며,

남자와 여자가 따로 거처해 함부로 섞이지 않으니,

가히 <동방예의 군자국> (東方禮儀君子之國 동쪽에 있는 예의바르고 의(義)를 아는 군자의 나라) 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은(殷)나라 태사 기자(箕子)가 주(周)나라 신하가 되지 않고 동이(東夷)땅 (고조선)으로 갔고,
나의 할아버지 공자께서 동이(東夷)에 가서 살고 싶어 하셨다.
나도 역시 동이에 가서 살고 싶다.

…..
위나라 安釐왕 10년 곡부에서 공빈 씀.

 

그런데 작금의 세태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나눠져 거의 원수와 같이 핵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는지 남쪽 대한민국도 좌와 우가 갈라져 극한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빈부 격차, 신구세대 간의 갈등 등 그야말로 ‘갈등공화국’이라 일컬을 정도로 살기가 불안하고 국가의 장래가 불확실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옛날과 같이 주변국들의 흠모를 받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은 우리들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일로부터 가능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일들을 계속 주장해 봐야 절대 갈등을 극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라 삼국통일의 바탕이 되었던 원효대사의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의 화쟁(和爭)사상- 하염없이 자기의 주장만 옳고 타인의 주장은 말살되어야 한다는 비공존의 철학이 아니고 둘이면서도 하나가 되는 화합과 평화를 위한 철학-을 모두 함께 되새기며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으로의 전환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가진 것이 더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큰 행복이 되듯이, 모두가 긴 명절 연휴를 보내며, 내 것을 더 찾으려 분투하는 삶이 아니라 더 넉넉한 마음으로 더 많이 나누는 삶을 지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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