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永-Way 단상 13 “소의 해에 소처럼 느긋하게 갑시다” (2021.01.04)

 

“소의 해에 소처럼 느긋하게 갑시다”

 

2021. 01. 04

 

소는 우둔하고 느리지만 산더미 같은 짐마차를 끌고도 아무 불평 없이 먼 길을 갑니다. 예부터 소는 욕됨을 참으며 제 할 일을 완수해 내는 인내의 상징으로 일컬어져 왔습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뒤집어졌습니다. 미국만 해도 코로나 사망자 수가 35만 명을 넘어 2차 대전 사망자 수 29만 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인명 피해 뿐 아니라 여러 산업이 붕괴되고 인류가 그 동안 쌓아 왔던 관습과 제도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가 개인을 위한 보호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고 개인을 더 속박하고 몰아 가는 극도로 혼란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시기에는 묵묵히 올바른 일을 해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됩니다. 시류에 휩쓸려 이익을 좇다가 쓰나미 같은 큰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질 위험이 큽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기에는 무언가 확실하게 살 수 있는 끈을 붙잡고 버티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 됩니다.

 

20세기의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는 그야말로 저돌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 왔는지도 모릅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달려 가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코로나가 정지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세상은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착각을 매우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혼자서도 세상에 접속해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특히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혼자서도 편리하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환경이 변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비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사고가 팽만해져 가고 있는 세상에서 21세기 이전의 윤리나 도덕 기준으로, 또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일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거니와 구성원들과도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산업사회에서 회사라는 조직이 지향했던 경영 원리는 규격화에 의한 효율화를 추구했던 것이라면, 21세기에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추구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올바른 것에 대한 정의가 달라져야 합니다. 개인마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다 다르고, 하고 싶은 일이 다 다른 가운데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내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경영의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느림의 미학’이란 말이 있습니다. 달려가면 눈 앞의 목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처럼 느리게 가면 주변의 여러 것들이 눈에 들어 오게 됩니다. 창의라는 것은 결코 이론과 이성에 의해서 솟아나지 않습니다. 주변의 다양한 자극 속에서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교류와 대화 속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첫 5반세기를 지나 다음 20년이 시작되는 2021년은 목표와 실적을 향해 돌진하는 우매함이 아니라 소처럼 느긋하게 올바른 길을 찾아 멀리 가는 현명함으로 거듭나는 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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