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함은 ‘버티는 힘’에서 나옵니다”

 

2021. 02. 01

 

주말에 현직 판사가 쓴 ‘역사의 분기점’이란 소설을 읽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허구를 가미해서 쓴 팩션이라 할 수 있는데 징기스칸의 세계 정벌 시대의 몽골과 고려의 전쟁 상황을 재미있게 엮은 대하 소설입니다.

제가 팩션을 좋아하는 까닭은 약간의 유익한 역사 지식을 기억하기 쉽게 얻는 측면보다는 재미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빠져서 읽을 수 있다는 측면이 더 강합니다. 삶에서는 때때로 머리를 쉬게 해 주는 시간이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 한참 빠져서 읽고 있는 중에 문득, 주요 장군들의 행적이 아니라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가는 몽골의 적군인 일반 보병들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 한번 제대로 찔러 보지도 못하고 몽골 기병들의 칼에 도륙되었던 그 수많은 젊은 병졸들의 삶엔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요? 전쟁 전의 삶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요즈음엔 전쟁의 위협도 많이 줄어 들고,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보다 사고로 죽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에 대한 가치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고, 한 사람의 죽음도 세간의 큰 관심을 끌 정도로 사람의 생명이 소중해졌습니다.

사실 사람이란 존재를 물질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별로 대단치 않은 존재입니다. 하루 세 끼 꼬박 먹어야 되고, 추울 때 따뜻한 옷을 안 입으면 동상이나 감기 등에 걸리고, 하루 평균 6~7 시간을 꼭 자야 하고, 보통 사람은 쌀 한 가마니를 질 엄두도 못 내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하루의 시간을 보내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능력도 미미합니다. 한 시간에 해 낼 수 있는 일을 살펴 보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까지 하는 일, 업무 회의 평균 한 개, 아주 적은 양의 업무 처리,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는 일, 20~30 쪽의 독서, 회사에서 집에 돌아가는 일, TV 프로 한 두 편 보기 등 아주 작은 일 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런 왜소한 인간들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현대와 같은 거대한 인류문명을 발전시켜 온 것을 보면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또한 태어난 환경이 열악해도 매우 훌륭한 존재로 성장하는 개인들도 많습니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쇠락해 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돈 버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좇다가 돈을 벌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사람들은 정말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가련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그 생김 생김이 다 다르듯이 태어나면서 지닌 재능도 다 다르고, 세상의 다양성만큼이나 사람마다 잘 할 수 있는 역할도 다 다릅니다.

 

젊어서 돈을 좇는 삶을 지양하고, 자기 재능을 살리는 일을 찾아 일생 동안 묵묵히 수행해 가면 어떤 분야에서든 장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주변의 존경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훌륭한 인생은 바로 이런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 내고 뜻한 바를 이루어내는 ‘버티는 힘’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인류 문명도 이런 사람들로 인해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YB

 

Comment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