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회 영림원CEO포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즈니스 재건축’이다”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160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가 5일 16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체질을 변신시키고자 하는 전사적인 노력을 의미한다”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려면 프로젝트성이나 기술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조직 문화까지 바꾸는 ‘비즈니스 재건축’ 과정으로 긴 여정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DT는 ‘기존의 비즈니스 전략과 사고의 틀을 변혁하는 과정’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의 정확한 실체가 무엇인지 애매하다. 디지털화에 앞장서온 지멘스그룹의 CEO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무엇인가? “미래의 모든 트럭과 승용차는 전기모터로 구동될 것으로 믿는다.” 1914년 토마스 에디슨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포드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는 에디슨이 세운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데 실제 전기차 개발 계획을 세우고 에디슨이 개발한 배터리 10만개를 구입해 전기차를 개발했다. 약 100년전의 일이다. 그런데 현재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곳은 포드자동차가 아니다. 기술과 사업화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프로젝트성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며 긴 여정(Journey)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포브스는 미래의 키워드로 △비대면 △디지털 인프라 △모니터링 역량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원격 의료 및 치료 △온라인 거래 △로봇 역할 증대 △디지털 이벤트 증대 △e-스포츠 확대 등을 꼽았는데 모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사고의 틀을 변혁하는 과정 즉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DT, 리모델링 아닌 재건축 과정, 돈만으로 가능하지 않아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창출해 시장과 고객을 만족시키는 과정이다. ‘비즈니스 재건축’ 과정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 셈이다.

재건축은 토양은 그대로이지만 층이나 방향 등이 모두 바뀐다. 아주 험난한 과정이며 시간도 오래 걸리며 특히 정확한 방향성 없이는 안된다. 돈만 있으면 가능한 리모델링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시 돈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 예를 들면 내 몸에 맞는 옷 곧 맞춤 옷일 것이다.

일본의 조조 슈트(ZOZO SUITS)라는 기업은 맞춤 정장 전문회사라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조조 슈트에서는 옷을 보내주는데, 그 옷은 센서가 달려 있으며, 고객이 이 옷을 입으면 350여개 흰 점(DOTS)의 센서가 고객의 몸의 치수를 재어서 주문을 하고 그 주문대로 생산하는 식이다. 이 사업의 아이디어는 대박을 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패로 끝났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 옷을 각기 만드는 것이 기존 서플라이 체인의 구조에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조 슈트는 몇 년 후에 이 아이디어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한전은 고객들이 전기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한전 파워 플래너’라는 이름의 스마트한 전력관리 앱을 개발했다. 실시간 전기사용 정보를 제공해 전기요금 절약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외국에서 내놓은 ‘X-Ray for your Home’과 유사한 것이었다. 스마트 계량시스템을 갖춘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된 이 앱은 하지만 로그인이나 업데이트 등 운영 면에서 문제를 빚으며 고객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매우 기본적인 것도 관리하지 못하는 이 앱에 대해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졌던 것이다.

조조 슈트나 한전 등 두 사례는 섣부르게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톡톡히 실패를 겪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단순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운영방식과 마인드의 변화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핵심, 기술은 수단일 뿐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요건은 △선 비즈니스 솔루션(what) 후 기술 선택(how) △목적 및 비전(why) △경직되지 않은 운영방식(애자일, 유연성)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 점차 확장하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 △최고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 등이다.

한전의 사례처럼 탁월한 운영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고객은 따르지 않는다.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며, 디지털의 리더십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기업으로 꼽히는 미세린 타이어는 그 성공 요소로 기술은 5%에 불과하며, 95%는 매니지먼트의 변화라고 했다. 운영방식과 마인드의 변화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핵심인 셈이다.

요즘 차종이나 아파트, 골프장 등 대다수의 상품에 한글 이름이 없다.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영어 등 외국어 교육에 힘쓴다. 그런데 언어적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과연 비즈니스 협상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술이 가진 허와 실을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수많은 첨단 기술이 있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접근하려면 이런 기술부터 얘기해서는 안된다.

P&G CIO를 역임했던 필립포 파세리니(Filippo Passerini) P&G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BS) 사장은 “우리에게 기술은 시발점이 아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다.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 그리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다”라고 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를테면 위, 장 등에 센서를 부착한 커넥티드 소(Cow)가 등장해 건강 상태, 우유 품질, 수정, 분만 등을 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며, 단지 어둠을 밝혔던 전등은 분위기 메이커로 진화했으며, 스마트폰은 원격으로 집안의 에어콘을 제어하는 등 스마트홈 구현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이 바뀌고 있다 = 기업은 인터스트리 3.0에서 인터스트리 4.0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스트리 3.0이 통제형 운영으로 대량 생산이 키워드라면, 인터스트리 4.0은 유연한 운영으로 맞춤형 생산을 실현한다.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도 변화하여 1950년대 효율성 경영에서 1960~1980년대 목표관리 경영, 1990년대 협업 경영을 거쳐 지금은 팀제 경영으로 접어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역은 △고객 △경쟁 △데이터 △혁신 △가치 등 크게 5가지이다.

스위스의 경영컨설턴트 알렉산더 오스터왈더는 ‘9 블록 비즈니스 전략 모델’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9개 블록은 △핵심 파트너 △핵심 활동 △핵심 자원 △가치 제안 △고객 관계 △마케팅 채널 △고객 세그먼트 △비용구조 △수익 흐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핵심 디지털 역량’이다. 저는 핵심 디지털 역량이 포함된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 모델 프레임’이라고 칭한다.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 기업인 미세린 타이어는 핵심 디지털 역량으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텔레매틱스(telematics) 솔루션을 구축하고 타이어 제조업체에서 서비스 업체로 새로 태어났다.

타이어에 센서를 부착해 타이어 및 차량운행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타이어 교체 시기나 연료 소비의 절감 방안, 그리고 에코 드라이빙 교육을 제시하는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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