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회 영림원CEO포럼] 2020년 한국 및 세계 경제 전망

“올해 한국경제, 수출 회복 안되면 작년보다 나을 수 없어”

오석태 소시에테제너럴 전무, 158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오석태 소시에테제너럴(SG) 전무가 9일 15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0년 한국 및 세계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오 전무는 “2020년 세계 경제전망의 키워드는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다. 미국의 불황은 그간 누적된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고용 부진과 소비 위축 현상을 낳을 것이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전무는 이어 “한국 경제의 성장은 수출 회복이 관건인데 미국 불황으로 쉽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재정정책으로 버터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강연내용

◆미국 경제 10년 호황 언제까지? =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매년 항상 그러했다. 그러면 뭐가 어렵다는 것인가? 딱히 잡히는 것은 없다.

올해는 최근 1~2년간 끌어온 미중무역분쟁이 ‘휴전’에 들어가며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뭐가 불안하다는 것인가? 전세계 경제를 보면 잘 되는 곳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그 불안의 핵심은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호황을 유지해온 미국 경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확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불안의 진원지이다. 작년 미 연준은 몇 차례 금리인하를 했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 경기가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 반영돼 있다. 현재 미국 정기금리는 2%가 채 안된다. 올해도 연준은 한번 정도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게 기본 전망이며, 이것이 곧 세계 경제전망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결국 미국 불황이 세계 경제의 핵심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의 주식 시장은 작년 20% 가량 상승했다. 트럼프는 미중 무역분쟁의 확대를 자제하며 주가를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중무역분쟁은 전환점에 다다랐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협상이 타결될 확률은 50% 정도이다.

올해 미국 경제의 예상되는 악재가 있다면 주가 하락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연준은 한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며, 더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도 점쳐지고 있다.

2019년 한해 전세계적으로 22개 중앙은행이 총 900bp의 금리인하를 시행했다. 2020년에도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연준의 100bp의 금리인하가 시행되고,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으로 정부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재정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재정정책을 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실제로 과감한 재정정책이 예상되는 나라는 영국과 한국 정도이다. 특히 한국은 재정정책에 관한한 세계 최강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은 재정지출이 버팀목을 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의 전망은 결론적으로 미국 경제의 불황이라는 가정 하에 주식 시장 등이 한두 차례 흔들리며 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나빠지고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인하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10년 넘게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짧고 얕은 불황에 돌입할 것이다. 한번 바닥을 확인하고 나서 회복 기조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불황은 외부 충격이 아닌 기업 수익성 악화가 원인 =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제조업의 위기와 기업 수익성 악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미국 제조업 지수(ISM 인덱스)가 2015년 바닥을 친 후 회복되지 않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수익성은 나빠진 상태이다. 2019년에 미국 주식이 올랐다고 하지만 2018년에 크게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올랐다고 볼 수 없다. 즉 2019년에 미국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주식이 상승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식 부양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미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의 근저에는 고용 시장이 좋다는 것이 깔려있다. 성장률에 비해 고용이 높은 편이다. 고용 시장의 확대는 기업에게 악재이다. 실제로 미국 고용 시장의 확대는 잘 나가는 몇 개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사람을 뽑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투자 위축은 고용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제조업의 생산력이 떨어진데다 기업 실적도 하락했다. 다만 고용, 소비, 주가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던 셈이다.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1% 초중반까지 내려갈 확률이 높다. 투자 부진은 고용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더 이상 세계 경제 견인 못해 =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더 이상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못할 것이다. 10여년전에 중국이 자본주의를 살렸다고 했지만 현재 중국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뜯어보면 중국 경제는 미국보다 더 좋지 않은 상태이다. 미중무역분쟁이 그 배경으로 꼽히는데 미중무역분쟁이 휴전 상태에 들어간다고 해서 올해 중국은 작년보다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의 15%가 관세 부과 대상이라는 점에서 옛날처럼 많이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도 제조업의 위축에다 빚 문제로 인해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이 2015년부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사실은 과감한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유로 지역은 수출 약세가 부진에 빠질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의 경우 제조 강국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 2개 부문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의 위축으로 작년에 제로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과연 반등할지도 의문이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위축에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차량공유 등은 과거와 같은 자동차 판매의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민간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는 시장으로 올해 올림픽을 개하지만 성장률은 좋으면 1%, 나빠도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일본은 일본이 됐다. 유로 지역이 일본처럼 될까 걱정된다.

◆미중무역분쟁 4가지 시나리오 = 2018년 봄부터 시작된 미중무역분쟁의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이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협상이 타결될 확률은 50%이다. 미중 협상의 부분적인 성공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듯하다. 두 번째, 협상 결렬이나 현상 유지 확률이 35%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발표한대로 미국은 대중 수입품에 대한 전면 관세 부과를 시행하게 된다.

세 번째, 사태 악화가 10%인데 미국도 이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네 번째, 무역분쟁의 완전 해결 확률은 5%이다. 미국 내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중 감정을 고려할 때 미중분쟁의 불씨는 계속 남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더 이상 동반자나 친구로 간주하지 않고 적으로 인식한다. 미중 관계는 구조적으로 옛날로 갈 수 없다.

◆한국 경제 성장 둔화 2020년에도 지속 =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2020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 둔화가 핵심이며, 기업 이익 감소와 가계 소득 증가의 동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사이다.

소비는 2019년 하반기부터 주춤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속되는 건설 경기의 하강은 소비의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는 기술적인 면에서 반등을 기대하지만 근본적인 회복은 어려울 듯하다.

2020년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이 관건인데 미중무역분쟁의 진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불황이 한국의 수출 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올해 수출 회복이 안 되면 작년보다 나을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1% 수준에서 안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한국은행 정책 금리는 2020년 1분기에 25bp 추가 인하될 전망이다.

재정정책의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는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재정정책 하나만으로 경기 회복은 힘들다. 수출 회복 때까지 재정 정책으로 버틸 것이다.

현 정부의 모토는 ‘소득주도성장’이다. 2019년까지는 잘 되었는데 문제는 가계 소득의 증가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나마 소비가 버팀목이 됐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작년에 삼성전자마저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의 상황에서 앞으로 소비가 얼마나 버틸 것인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2020년 한국 경제는 재정지출로 버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수출이 나아지려면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할 때까지 기다려야할 듯하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hare your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