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회 영림원CEO포럼] 수축사회와 미래전략

“수축사회의 위기,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157회 영림원CEO 포럼 강연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가 5일, 15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수축사회와 미래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홍성국 대표는 “지금 세계는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이 역사적 흐름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바람직한 전략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수축사회 진입, 역사상 최초의 사건 동시 발생 = 인류 탄생 이후 지속적으로 팽창해온 세계는 현재 성장을 멈추고 제로섬사회를 지나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수축사회를 불러일으킨 동력은 환경과 안전, 인구감소, 과학기술 발전 등이다. 지금 세계는 환경오염, 인구감소,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문제가 역사상 처음으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대전환의 시기에 서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생산력을 급격히 발전시키며 팽창사회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이버보안을 들 수 있다. ‘안전’이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된 것이다.

환경오염은 경제 성장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세계는 이 문제의 치유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무려 1억2천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으며, 100조원이나 투입했다.

경제학은 인구 증가를 전제로 시장을 분석하는데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인구가 감소하는 현 상황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10여년 전에 발생했지만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해 사회 양극화, 공급 과잉, 과잉 부채 등의 문제를 심화시켰다.

기술발전으로 생산성은 급증했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이는 일자리 파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은 소프트웨어가 기본인데 한 회사가 해당 산업을 거의 독식하면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부채는 지구가 생긴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1,650조원 규모로 매년 50조원을 이자로 내고 있다.

◆수축사회, 저성장·저투자·저물가·저금리·고실업 고착화 = 현재 세계는 좌파 정부든 우파 정부든 양극화 해소에 몰입하고 있다. 사회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양극화 현상 속에서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득세하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에서 지면 조금 빼앗기는 정도였지만 수축사회에서는 굶어 죽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은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 모두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사회를 떠나 혼자 있고 싶어 한다. 사회성이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세계는 사회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해체에다 저성장, 저투자, 저물가, 저금리, 고실업의 고착화를 키워드로 하는 수축사회로 급속히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축사회로의 진입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적 성향에서 벗어나 지금의 상황이 ‘진짜 어렵다’고 인정을 하고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연 10년 후에 공기 질이 좋아지고 우리의 삶이 안전할지, 애를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경제개발 60주년을 맞이한다. 전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었다. 다른 나라가 20~30킬로로 주행했다면 우리나라는 150킬로로 엄청나게 빠르게 달려왔다. 여기에 브레이크가 걸리니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디스플레이션의 상징 ‘금리인하’, 한국과 일본의 금리인하 궤적 똑같아 = 수축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디스플레이션이다.

디스플레이션은 사회가 맥없이 시드는 것이다. 그 상징적인 것이 금리인하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도 떨어지며, 이는 기업의 매출 및 이익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본은 30년동안 디플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1988년 이후 한국과 일본의 금리인하 궤적을 보면 똑같다.

양극화도 수축사회를 향해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현상이다. 미국은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국가이다. 미국 인구 3억3천만명 가운데 상위 1,600여명이 국민 전체 부의 90%를 소유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3대 부자의 순자산 가치는 하위 1억3천만명의 부와 동일하다.

한국에서도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축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아예 사회를 떠나가는 사람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울분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정신질환 유발률이 평생 동안 25.4%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서울대 재학생 대상의 우울 정도 조사에서 무려 47%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의 공식은 성취나 소비 등 ‘소유’라는 분자를 탐욕과 기대 등 ‘욕망’이라는 분모로 나누고, 여기에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을 더한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2008년까지 분자의 구성요소가 자유시장, 성장, 효율성, 4차산업혁명, 혁신 성장, 보호무역, G2 패권대결이었다면 분모는 포용 성장, 소확행, 지속 가능성, 공정사회, 미니멀리즘, 평등, 분배, 효과성 즉 사회적 자본이었다.

2008년 이후 분모인 욕망을 조절하는 움직임 이를테면 소비의 극단적인 축소나 워라벨, 근육 만들기 등은 수축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미-중 G2 패권대결 3개의 전선 = 미국이 전세계 패권을 장악한지가 100여년이다. 아직까지 미국 GDP의 50%를 넘은 나라는 없다. 그런데 중국이 2028년에 이르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대결에서 부딪히고 있는 3개의 전선은 무역전쟁, 과학기술전쟁, 복합경제전쟁이다. 이 양자 간의 대결에서 누가 언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중국은 경제 성장률 둔화 속에서 이를 반등하기 위해 미국의 패권을 가져오려고 힘쓸 것이며, 미국은 이를 지켜내기 위해 결사항전을 할 것이다.

양자 간의 무역전쟁에서 신자유주의가 폐기되어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상품, 서비스, 인력, 자본 등 네 가지가 국경을 넘을 때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새로운 관세 부과나 반 이민 정책 등으로 신자유주의를 깨고 있다. 지금 세계는 과거 보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이제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역사의 대 전환점에 서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 속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국은 한국의 수출 비중에서 25%를 차지한다. 홍콩, 대만을 포함하면 33%이다. 해외에서는 ‘중국=한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의 환율과 금리는 방향성에서 중국과 거의 동일하다. 이는 양국 간의 높은 경제의존도를 반영한다.

SNS에서 중국 때리기를 하는데 그래서는 안된다. 가만히 있어야 한다. 미-중 패권대결이 끝나야 한반도의 통일도 이뤄질 것이다. 한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하며 절대 분열되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수 경제 복합위기 = 한국경제는 2010년 이후 대부분의 업종에서 상품 부분 교역집약도(교역량/GDP)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비효율성 노출에다 재고가 출하보다 더 많은 상황이 구조화되고, 생산 능력이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 내수 경제는 공급과잉, 트렌드 변화, 온라인 공습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영업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온라인의 득세에다 공급과잉, 부채 기반, 고령화, 소비패턴의 변화 등이 그 요인이다. 한국에서 커피 전문점은 74,000여개, 치킨가게는 87,000여개, 노래방은 33,000여개, 스크린골프장은 7,300여개, 당구장은 23,000여개이다. 모든 것이 공급 과잉 상태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5%로 전세계 4위다. 브라질,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 등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나라는 대체적으로 시끄럽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업종별 부침도 심하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2014년 9월 대비 2018년 9월 업종별 사업자 증감률에서 늘어난 업종은 스포츠 시설 운영업, 펜션-게스트하우스, 애완용품점, 커피음료점, 공인노무사, 피부관리업, 가전제품 수리업, 통신판매업, 실내스크린골프점, 헬스클럽 등이며, 줄어든 업종은 구내식당, 실외골프연습장, 담배가게, 간이주점, 예식장, 식료품가게, 신발가게, 문구점, 호프전문점, 결혼상담소 등이다.

온라인의 공급으로 유통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경영난에 봉착해 임원을 크게 줄였다.

◆수축사회에 맞게 사고와 행동 바꿔야 = 그렇다면 수축사회의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수축사회라는 것을 겪어본 사람이 없다. 일단 수축사회에 대한 폭넓은 인정이 필요하다.

PWC는 2019년 CEO 서베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위험 요인으로 ▲과도한 규제 ▲정책 불확실성 ▲핵심 기술력 확보 ▲무역갈등 ▲사이버 위험 ▲지정학적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 ▲빠른 기술변화 ▲환율변동성 등을 꼽았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시대이다. 한국경제도 사물인터넷, 5G, 바이오,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3D 프린팅 등의 신기술을 비롯해 하드웨어적으로도 스마트팩토리 등에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품질보다는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현대자동차의 위기는 제네시스의 위기다. 브랜드를 키우지 못했던 것이다. 일반 가계도 그 가치를 높이려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특이한 디자인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수축사회에서는 그간 팽창사회에 익숙했던 사고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 특히 기업에서는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중간관리자는 조직의 목표를 현장에서 조직원들과 함께 수행하는 주체로 한국의 고성장 역사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52시간 근로, 미투 운동, 괴롭힘 방지법 등이 도입되면서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밀레니얼 직원들과는 소통이 어렵고, 자신의 모든 언행이 기록되고 노출되니 경영진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할 능력뿐 아니라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는 능력을 갖춘 중간관리자의 육성이 절실하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이티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hare your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