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회 영림원CEO포럼] “제4차 산업혁명, 중소·중견기업 도약의 기회“

“디지털격변기, 業의 본질 재규정하고 사업모델 혁신해야”

김경준 딜로이트안진 경영연구원장, 제133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딜로이트안진 경영연구원의 김경준 원장이 12일 제133회 영림원CEO포럼(blog.ksystem.co.kr/ceo-forum/ceo-forum/)에서 ‘제4차 산업혁명, 중소·중견기업 도약의 기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경준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떠한 비즈니스와 제품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고, 이러한 디지털 격변기에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業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사업모델의 혁신으로 도약의 기회를 포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센서’와 ‘AI’ =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를 딱 2개만 들라면 센서와 인공지능(AI)이다. 정보화혁명이 반도체에서 출발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점은 바로 이 두가지 기술이다.

현재 센서의 가격은 지난 10~15년 전에 비해 10분의 1~100분의 1로 떨어지고, 센싱 범위도 엄청 넓어져 뇌파, 후각, 미각 등 생체 데이터까지 감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센서 자체는 의미가 없으며 통신기술과 결합해야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통신기술을 통해 서버에 담겨지고, 이렇게 모아진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해 빠르고 정확하며 저렴하게 분석하는 것이 현재 목도하고 있는 디지털 격변기의 시스템 체계이다.

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격변(Transformation)’이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디지털 격변기에 기업들은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을까?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15년 MIT와 딜로이트가 공동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디지털 격변에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격변 성공기업 사례 – 댄포스/GE/네슬레 퓨리나/세콤 =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격변으로 성공한 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덴마크의 댄포스(Danfoss)이다. 이 회사는 원래 수퍼마켓용 냉장고를 제조하는 회사였는데 경영 위기에 처하자 센서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꾼 케이스이다.

냉장고 내부 온도의 편차가 심하면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기 힘들다고 한다. 댄포스는 냉장고에 센서를 달아 온도의 편차를 플러스 마이너스 1도 안팎으로 1년 동안 99% 보장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를 받아본 고객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고객들은 냉장고 고장의 원인이 되는 전력 문제나 조명관리 등의 기술 서비스도 댄포스가 일괄적으로 제공하기를 원했다.

그러자 댄포스는 제품에다 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을 내놓고 식품 매장의 냉장고 설치에서부터 작동 중단 없는 유지관리, 에너지 효율성 개선, 이산화탄소 절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됐다. 냉장고 제조 유통에서 리테일 인프라 비즈니스 업체로 변신한 댄포스의 전세계 고객사는 5천여개에 이른다.

◆제품에 서비스를 결합한 솔루션 비즈니스로 혁신 이뤄내 = 다음은 GE 항공사업부이다. GE는 전세계 항공기 엔진의 수요처가 보잉과 에어포스 등 2개 밖에 안돼 더 이상 시장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 1,200여개의 항공사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항공기안에 센서를 부착해 고장 상태 등을 신속하게 파악해 정비를 수행하는 것이 그 모델이었다. 제품 판매가 아닌 정비, 부품 판매 등 서비스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셈이다. 제품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과거 항공사들은 정비 스케줄이 변화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는데 GE의 이 서비스 도입으로 그 비용을 대폭 낮췄다.

2016년 기준으로 GE의 이 서비스를 도입한 항공기는 25,000여대이다. 현재 GE 항공사업부는 매출의 절반과 수익의 80%를 이 서비스에서 거두고 있다.

다음은 네슬레 퓨리나. 이 회사는 반려동물과 주인 사이의 유대감이 강하고 개가 가족의 일원으로 대우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2014년 3월, ‘Just right by Purina’라는 사료 브랜드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에게 웹사이트를 통해 견종, 나이, 성별, 몸무게, 활동수준, 털 상태, 그리고 음식물에 대한 기호 등을 입력하게 하고, 이에 맞춰 사료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의 포장지에는 개의 이름과 사진을 붙였다.

개 사료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에는 고양이 사료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건강보조제 식품 시장도 노리고 있다.

보안서비스 기업인 세콤은 기존의 현장 출동 보안 사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자 고정된 공간에서 이동하는 사람으로 보안 대상을 바꾸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세콤 마이닥터 워치’이다.

사물인터넷과 모바일을 연동한 이 서비스는 단말기에 내장된 가속도 센서와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조합해 이를테면 고령층 환자가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은 상황을 파악해 이를 자동으로 세콤에 보고하고 직원을 파견하거나 구급차를 호출한다.

◆이머징 시장의 디지털 혁신 사례-인도네시아 쿠도/한국 라이브케어 = 지금까지는 글로벌 시장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제는 이머징 시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인도네시아의 O2O 플랫폼 스타트업 쿠도(KUDO)이다.

1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지리적 접근성, 낮은 인터넷 보급률, 전자상거래 개념 부족 등으로 온라인 유통에 한계가 있다. 쿠도는 각 지역의 도소매상들과 오프라인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구축해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쿠도의 상품을 소개하고 주문을 취합해 발주 분배했다.

쿠도는 각 에이전트들이 상품을 보고 주문할 수 있도록 태블릿을 보급했다. 현재 500여개 지역에 35만개의 에이전트를 확보한 상태이다. 또 25개 전자상거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백만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잡화, 의류, 가전 뿐만 아니라 항공권, 모바일 통신 선불카드, 보험 및 투자 상품도 취급한다.

인도네시아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데이터봇(Dattabot)은 GE디지털과 협력해 스마트 농업 솔루션인 ‘HARA’를 개발했다.

HARA는 위성 사진 및 센서를 이용한 현장작업으로 농지를 정확히 측량해 디지털화를 수행하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필요한 종자, 비료, 살충제, 노동력을 정확이 산출한다. 또 토질 분석으로 어떠한 작물의 재배가 적합한지를 파악하고 토지 관리를 과학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농작물의 상태와 작황을 측정해 병충해의 발생 여부를 예측 및 파악한다.

HARA의 도입 결과 산출량 60% 증가, 노동력 및 비료 50% 감소, 작품 재배 실패율 25% 감소 등의 성과를 냈다는 케이스가 있다.

라이브케어는 국내 회사가 개발한 디지털 방식의 소 사육 서비스이다.

바이오 캡슐을 소에게 투입한 뒤 스마트폰으로 소의 체온, 위 산도, 움직임 등 건강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를테면 송아지가 건초를 잘못 먹어 급체를 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데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급체에 걸리기 전에 미리 이상 증세를 발견할 수 있고, 새끼를 낳을 때에도 몸 상태에 따라 즉각 대처할 수 있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캡술의 가격은 10만원이며, 1년 서비스 비용은 1만원이다. 이 회사는 이 서비스로 이미 매출 100억대를 돌파했다. 국내를 넘어 브라질, 중국 등 세계 축산업의 중심 시장을 노리고 있다. 축우수는 우리나라 310만두, 중국 1억두, 브라질 2억두이다.

◆디지털 시대 사업모델 4가지 중 하나 선택해 전략 세워야 = 지금까지 살펴본 디지털 혁신 기업들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업의 본질을 재규정하고 사업모델을 혁신했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재편되는 디지털 시대의 사업 모델은 ▲페덱스, DHL 등 인프라 사업자 ▲이베이, 아마존 등 플랫폼 조직자(Platform Organizer) ▲정보 제공자(Trusted Organizer) ▲제품 제조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디지털 격변기의 쓰나미에서 우리기업들이 생존하려면 각 조직의 현재와 미래의 업의 본질을 고려해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고, 각 특성을 빨리 습득하고 전략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등장은 근본적 질서 변화 의미” = 한편 김경준 원장은 이번 강연 주제와 별개로 가상화폐(Virtual Money)에 대해 소개했다.

최근 북한의 핵 미사일 협박이 고조되자 글로벌 금융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과거 국제 정세의 위험성이 커지면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지만 최근 북핵 위기 때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했다. 사이버 네트워크에 기록된 데이터에 불과한 신기루로 여겨졌던 가상화폐가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보다 시장에서 선호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의 보완 수단으로 실생활에 연결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아마존, 페이팔, 라쿠텐 등 글로벌 온라인 사업자들이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했으며, 독일과 일본 정부는 결제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스웨덴과 아이슬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자체 가상화폐 발생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눈 결제 수단의 편의성이 있지만 해킹 위험성이나 높은 변동성 등의 약점도 있다. 하지만 달러 금태환이 정지되고, 금속화폐의 경우 위조 주화 출현 등에서 볼 때 그 취약성은 마찬가지이다.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문명사적 의의는 부의 원천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부의 원천이 인구, 영토, 군사력이었다면 미래 정보화 사회에서는 가상화폐 모델 디자인 및 채굴 가능한 IT 역량으로 이전할 것이다.

가상화폐의 등장과 확산은 단순히 새로운 결제 수단의 출현이 아니라 21세기에 부의 원천이 이동하면서 생겨나는 근본적 질서 변화로 볼 수 있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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