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회 영림원CEO포럼]“뉴 노멀 시대,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

“지금은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 안정적인 현금 흐름 관리 중요한 때”

성태윤 연세대 교수 영림원CEO포럼서 ‘뉴 노멀 시대,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 강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1일 제12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뉴-노멀 시대,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웅’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성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와있다”면서 “이러한 뉴 노멀 시대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양적완화가 나온 배경 = 미국 경제에 관한 TV나 신문 보도에서 많이 듣는 단어는 금리, 양적완화이다. 양적완화라는 말은 경제학 화폐금융론이란 과목의 뒤 부분에 나온다. 경제학 박사과정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용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학생도 알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돈 뿌려서 경제를 살리는 것”으로 양적완화를 이해하고 있는데 단지 그런 개념이 아니다.
주택을 구입할 때 대부분 담보대출을 한다. 주택은 중산층 자산의 핵심이다. 그래서 주택의 하락 압력이 시작하면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주장했던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원래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평생 대공황기의 통화정책을 연구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다. 대공황을 막기 위한 정책이 양적완화였다. 뉴욕타임스는 벤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을 들어 “바로 그 때에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쓰기도 했다.
벤 버냉키는 대공황 시기에 왜 미국 경제는 초토화 됐는지를 연구했다. 남들은 주식 시장의 하락이 그 이유라고 얘기했지만 경제가 망가진 가장 큰 핵심은 주택 시장의 하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산층은 주로 도시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데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했다. 그런데 주택 가격이 무너지자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 투자가 줄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되풀이 됐다.
젊은 사람들은 그렇다면 집값을 올리자는 것이냐며 반감한다,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것이 더 좋지 않다.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이 경제 정책의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 경제 위기 때 자동차와 같은 내구성이 높은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GM이 그랬다. 집도 마찬가지였다. 집값이 떨어져도 집을 사지 못했다. 집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젊은이로 노동시장에 진입한지 얼마 안되고 일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 거래가 안되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거시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이를 극복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벤 버냉키의 생각이었다. 벤 버냉키는 제로 금리를 만들었다.
중국 칭화대와 프리스턴대는 글로벌 위기 문제를 놓고 공동 컨퍼런스를 연 적이 있다. 주택 시장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자금을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주택 담보 대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벤 버냉키가 생각해낸 방법이 양적완화였다. 금융기관에 싼 펀딩의 자금을 지급하면, 이것이 일반 가정에 전달되고, 담보대출을 받은 중산층이 이를 통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2012년 7월 이후 생산자 물가지수 마이너스, 경제 적신호” = 올해 1월에 국내 경제지에 ‘다시 시동 거는 미국의 제조업’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에는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이며, 이어 금융비용, 에너지를 포함한 원재료비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건비가 낮아지고, 세일가스와 같은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의 기반이 됐다. 여기에다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낮췄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 사례는 2010년 16건에서 2014년 218건으로 증가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우리 경제도 살아지는가? 예전 같지 않다. 미국에 회귀하는 산업은 전자, 어플라이언스, 컴포넌트, 컴퓨터 등 기술 집약 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과거만큼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12년 7월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의미가 있는 달이다. 한국의 생산자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입한 때가 바로 2012년 7월이었다. 그 때 이후 한국은 생산자 물가지수가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 마이너스 4~5%를 쭉 유지했으며, 가장 좋았던 적에도 제로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4년이 지나서 디스플레이션으로 돌입한 상태이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 입장의 물가이다. 생산자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0~1%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건 값이 올랐다는 것은 식료품 정도이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옷과 같은 것은 잘 살지 않는다. 이런 산업은 한 마디로 죽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이미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20년간 생산자 물가지수가 내내 마이너스였다. 물건 값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착한 디스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지만 착한 디스플레이션이라는 것은 없다.

“뉴 노멀 시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로 구도 바뀌어” = 물건 값이 떨어지니 가격이 하락하고 기업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기업에게 던지는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성장이 가라앉고 물가는 오르지 않는데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는 한 세트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변화의 틀이다.
한국의 고성장 과정에는 높은 물가와 높은 금리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은 구도가 바뀌었다. 이것이 뉴 노멀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봉 1억원을 영원히 받는다고 가정하자. 그 현재가치는 얼마일까? 이자율로 나누면 된다. 이자율이 5%면 20억, 2%면 50억, 1%면 100억이다. 이자율에 따라 현재 가치가 갑자기 바뀐다. 이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stable cash flow)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는 가격이 올라서 이득을 보는 자본 이득이 키였다. 주택이나 주가는 자본이득의 전형이다. 지금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겠지 하며 기대해서는 안된다.
고등학생이 재테크 방안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재테크보다 본인의 인적 자산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투자 이득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 관리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는 여러 의미가 있다. 인력 채용의 경우 엄청나게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를 낼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잊지 말자, 1994년” = 2013년 6월에 국내 경제지에 ‘잊지 말자, 1994년’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한국경제는 1997년에 외환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미국 실질 성장률은 4.1%로 높았다. 미국 연준은 경기 과열을 막으려고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자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외국 투자 자본이 미국으로 급격히 유출되며 외환,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입을 통제했기에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나타나 해외 수출이 어려워졌다.
1993년 흑자였던 경상수지는 1994년 적자로 돌아섰고, 1996년에는 적자가 230억달러로 늘어났다. 더구나 OECD 가입 이후 외국에 비해 높은 국내 이자율과 원화 강세로 단기 외자 유입이 급증했는데 1997년에 이 자금이 한꺼번에 유출되며 위기는 가속됐다.
한국은 현재, 1994년에서 1997년까지 이어졌던 위기가 재현될 수 있는 최악의 대외 환경 시나리오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첫째 외환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특히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둘째, 국내에 들어온 외국 투자 자금의 유출에 대비해 기업 및 금융사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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