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 CEO포럼]“정보 홍수 시대,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림원 CEO포럼 100회

“정보 홍수 시대,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007년 6월 시작한 영림원CEO포럼이 2014년 10월 100회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강연자는 모두 78명이었다. 이번 100번째 강연자는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이었다. 김 소장은 10월 2일 열린 영림원CEO포럼에서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다음은 김 소장의 이번 강연내용이다.

 

“창의성은 편집에서 나온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이다. 3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재미는 창조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바 있다.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요지였다. 같은 이름으로 책을 냈는데 독자들로부터 그 구체적인 것을 말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이번 강연 주제인 ‘에디톨로지-창조는 편집이다’였으며, 같은 이름의 책이 다음달 11월에 출간된다. 이번 강연은 책의 출간에 앞서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에디톨로지’라는 용어는 내가 직접 만든 신조어이다. 편집학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학문을 우리가 만들면 안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심리학을 예로 들어보자. 독일의 철학과 강사가 교수가 되고 싶어 심리학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무슨 이론을 대가만이 만드느냐고 묻고 싶다. 에디톨로지라는 학문을 내가 만든 이유이다.

작고한 애플 CEO 스티브잡스는 아이폰4를 출시하는 컨퍼런스에서 “이 나라가 블로거들의 세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세상에 정보는 차고 넘친다. 그 정보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한 세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이란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만드는가? 생전에 듣고 보도 못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착각이다. 내가 정의하는 창의성은 ‘낯설게 하기’이다. 낯설게 하기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정보들의 맥락을 바꿔 그 낡은 정보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있는 정보들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합하다는 의미이다.

 

애플의 성공비결은 ‘터치’라는 편집능력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이다. 지식기반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지식은 3단계에 걸쳐 구성된다. 자극->정보->지식이 그것이다.

먼저 자극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살면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우리는 그 많은 자극 가운데 필요한 것만 받아들인다. 이를 두고 ‘자극의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이런 선택적 지각으로 받으들이는 자극은 정보가 된다. 자극에 의미가 부여된 것이 정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정보는 혼자 달랑 있으면 지식이 되지 못한다. 여러 정보가 붙어야 비로소 지식이 된다. 새로운 지식은 정보와 정보 간의 관계를 맺어줌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으로 정보의 편집방식이 그 새로운 지식의 질을 좌우한다. 스티브 잡스는 정보의 분류방식이 남달랐던 인물이었다. 최종 편집은 개인이 하는 것이다. 집단지성이란 말이 있는데 우스운 것이다. 결국 책임을 지는 것은 나 아닌가.

21세기는 지식을 편집하는 시대이다. 지식에도 두 종류가 있다. 계층적 지식과 네트워크적 지식이 그것이다. 계층적 지식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지식이며, 네트워크적 지식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었다. 네트워크적 지식의 대표는 월드와이드웹(www)이다. 이 월드와이드웹은 새로운 지식 원리를 탄생시켰다.

애플의 성공은 ‘편집’에 있었다. 그 실례를 들어보겠다. 애플 아이팟이 나오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시장의 최강자였다. 아이리버는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아이팟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했다. 그런데 아이리버는 아이팟에 밀려 한방에 훅 갔다. 그 이유는 아이팟의 ‘터치’ 기능 때문이었다. 아이팟 이전의 모든 디지털 기기는 버튼식으로 작동했는데 아이팟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지는 것을 새로운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채택했다. 컴퓨터와 인간 간의 이 ‘터치’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편집인 것이다.

 

“컴퓨터 역사는 마우스 탄생 전과 후로 나뉜다”

그런데 ‘터치’에 앞서 컴퓨터 도구 가운데 아주 중요한 것이 나왔는데 바로 마우스였다. 컴퓨터의 역사를 마우스 탄생의 전과 후로 나눌 정도이다. 마우스는 컴퓨터의 사용법은 물론 인간의식의 혁명적인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 마우스를 도구로 삼아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혁명을 일으켰다. 인간은 멍하니 있을 때가 가장 창조적인 상태이다. 날아다니는 생각을 잡아내는 방법이 ‘필기’이다. 이런 필기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 마우스였는데, 이 마우스는 누르기만 하면 생각을 날아가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위기에 빠져 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황우석과 미네르바였다. 인터넷에서 소스가 넘쳐나면서 대학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세상은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하이퍼텍스트 즉 탈 텍스트 세상이다. 책 앞의 목차와 뒤의 찾아보기를 통해 원하는 부분만 읽을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생각이 없다. 그러다보니 좋은 책을 선별하지도 못한다. 결국 편집능력이 없는 셈이다.

독일 유학 시절에 독일이라는 나라는 기록과 편집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독일은 기록과 정리에 대해 강박감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독일인들은 ‘Alles in Ordnung’이란 말을 자주 쓴다. “모든 것이 정리가 잘 돼 있습니까”라는 뜻이다. 길거리에 누가 넘어져 있으면 ‘Alles in Ordnung’이라고 묻는데 우리말로 하면 괜찮습니까라는 의미이다.

 

“독일 학생들의 자기 이론 만들기는 카드 정리를 통한 편집능력 덕분”

독일 학생들은 우리처럼 노트 정리를 하지 않고 카드 정리를 한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으로부터 “네 생각이 무엇이냐?”라는 지적을 받곤 했다. 자기 이론이 없다는 따끔한 말이었다. 하지만 독일 학생들은 자기 이론을 잘 만들어낸다. 그 비결은 바로 카드 정리 덕분이다. 독일 학생들은 수 많은 카드 가운데 몇 개를 뽑아내 조합하여 자기 얘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편집능력이다.

독일 학생들은 수천장의 카드를 만들고 이를 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오늘날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데 있어 굳이 컴퓨터를 쓰지 않아도 된다. 갤럭시 노트 정도면 충분하다. 갤럭시 노트에 담긴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검색할까를 고민했는데 ‘에버노트’라는 앱이 해결해 줬다. 에버노트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나는 것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에버노트를 활용해 항상 기록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외국어를 되도록 많이 습득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외국어를 습득한 만큼 지식의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운 소장은

올해 53세인 김정운 소장은 50세 때 명지대학교 교수직을 버리고 일본으로 떠났다. 이제부터 좋아하는 일만 하겠다는 게 그의 변론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그림이었으며, 특히 노인용 성인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의 모 전문대학교 만화과에 입학했는데 그 학과의 일본 교수가 김 소장의 미술 쪽 재능을 알아보고 일본화를 해보라고 제의했다. 김 소장은 현재 이 일본화를 곁들인 칼럼을 국내 모 일간지에 싣고 있다.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www.bi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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