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산업의 실상과 허상 2. 중국 IT산업의 신조어들

  德隣 (20160930)

 


<정신없는 중국의 IT산업>


중국의 IT산업은 정신이 없이 빨리 돌아가고 있다. 중국 IT산업을 십여 년간 연구해온 본인도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IT기술의 능력에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한 예는 중국 대도시에서 택시 타기이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타려고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없어지고 모두 모바일폰만 열심히 들여다 보면서 자기가 예약한 택시가 어디에 오고 있나를 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택시가 아닌 일반차도 택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은 새로운 제도를 쫓아가기에 너무도 정신이 없다. 전에는 불법적인 개인 영업용차를 흑차 (黑車)라고 하였으며, 우리 같은 승객들은 조금 불안하였다. 그런데 이 흑차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서 더 이상 흑차가 아닌 것이다. 본인도 최근에 새로운 형태의 흑차를 타본 적이 있어서 기사에게 무엇 하는 분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게임 개발자인데 퇴근하는 길에 같은 방향이어서 태운 것이라고 한다. 요금도 자동으로 계산되고 결제방식도 알리페이에서 자동으로 이체되어서 그냥 타고 원하는 곳에서 내리면 만사오케이이다.

<중국의 외래어 만들기>

중국 사회를 연구하는 외국인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 IT업계에서 사용되는 신조어이다. 과거 10여 년간 영어로 된 IT용어들이 무차별적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외국 단어 하나하나를 모두 한자어로 바꾸어가고 있는데 우리들은 따라가기가 어렵고 엄청나게 혼란스럽다.
우리말은 표음문자이어서 외국어를 받아들여서 외래어로 만들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중국어는 뜻글자이어서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외국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Microsoft는 작고 (micro) 부드러우니까 (soft) 중국어로 微軟이다. 그 반면 HP는 유사한 음을 본 따서 惠普 (중국발음 상 후이푸)이고, Apple은 뜻을 그대로 옮겨서 平果 (중국어로 사과)이다.
외국 단어, 이름, 기업명이 중국어 화하는 과정은 참으로 경이스럽다. 외국어 번역을 누가 만들어내는지를 여러 중국인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어쨌든 모든 외국어는 한자로 조어(造語)를 하여서 중국어화 된다. 결국 시간이 흘러가면서 한 개의 표준어로 수렴하지만 그 전까지는 여러 개의 외래어가 사용된다. 이런 지경이니 우리 같은 외국인이 중국인이 창조해내는 약어, 용어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IT용어를 중국어로 조어하여 놓은 것을 가만히 뜯어보면 중국인의 고민이 배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한 예가 Internet이다. 인터넷이 처음 중국에 상륙했던 1990년대 말에 나온 번역어는 因特网 (중국 발음으로 인터왕) 또는 Inter-网이다. 그 이후 互联网 (후리엔왕)이 나오더니 요사이는 网络 (왕루오)가 인기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공식 용어에서 网络는 네트워크의 뜻으로 사용하고, 互联网을 인터넷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网络가 대세이다. 아마도 정부에서 정한 방식으로 통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어쨌든 현재 因特网은 인기를 잃었고 고어(古語) 수준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번역이 어렵다보니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특히 IT산업에 관련된 용어들을 중국어로 만드는 노력을 많은 부분 포기한 것 같다. 이처럼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신조어이면서 SW산업과 밀접한 용어로 去IOE 및 Internet+를 소개한다. (아래 글은 저자의 “Korean SW, 세계가 무대다“에서 발췌하였다.)

去IOE 운동
2014년도 알리바바의 CIO가 주창한 “去IOE 운동”은 I (IBM의 서버), O (Oracle의 DBMS) 그리고 E (EMC의 스토리지) 불매운동이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홍보하는 과정의 산물로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국 정부의 정책의 일환이다. 즉, 중국 정부의 국산화정책, 즉 미국산 SW 걷어내기 정책이다. 중국산 SW제품을 이용하자는 애국심과 미국에 대한 불신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리바바가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이라고 간주해도 좋다.
미국 정부의 전 세계 감시망을 폭로한 스노든사건과 미국 정부의 Huawei, ZTE 등 중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 등이 수년간 중국 정부를 자극하였다. 이에 맞서서 중국 정부도 여러 가지 강력한 탈 미국제품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원도8의 중국 정부 사용금지 조치 등이다.
중국은 정부가 쓸 모든 IT 제품에 윈도8 OS를 쓰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만약 윈도8이 깔린 IT 제품을 조달하는 기업은 입찰에서 탈락된다. 윈도XP 보안 지원이 끝난 뒤 윈도 OS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전자신문, 2014. 5. 21)

이러한 탈 미국제품 및 중국산 구매운동의 이면에는 중국 SW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IBM, Orcal, EMC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클라우드 시대로 진입하면서 알리바바와 같은 전혀 IT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되었던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으로 들어오며 O2O (online to offline) 붐을 일으키며 빅데이터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凤凰网财经 (2014)의 논평이 이를 입증한다.
去IOE에는 두 가지 노선이 깔려있다. 첫째 국산 SW와 설비를 구매하는 것, 둘째, 신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노선에서 알리바바 집단은 중국 내 최전선에 있는 것이 명백하다.

Internet+ (互联网+)
최근 중국 ICT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의 하나는 Internet+ 이다. 이 용어는 2012년부터 기업인들이 사용하면서 산업계에 널리 퍼졌으며, 드디어 2015년 3월 5일 제 12회 全人大 3차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의 정부활동 보고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등장하였다. 그 개념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인터넷을 통하여 전 산업, 특히 전통산업을 개혁하자는 취지로서 O2O (online to offline)과 유사한 개념이다. Internet+ 정책은 중국제조 2025, 스마트 시티 등의 개별적 정책을 통합하여서 실물경제의 경쟁력을 향상하자는 목적으로 주창되고 있다.
Internet+ 정책은 중국의 산업계와 국민들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의 획기적인 제고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며 사물인터넷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타 등이 결합된 사업이 나오는 발판이 되었다.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선언적인 개념으로서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필자는 Internet+라는 정책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유사한 구호가 연상된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께서 내건 정보화 선진국의 구호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는 그 당시에는 정확한 의미를 몰랐지만 2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야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혁신운동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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