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회 영림원CEO포럼]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 변화와 기업의 대응

“올해 몇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기업의 미래 운명 결정할 것”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 161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안유화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금융 교수가 2일 16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코로나19 이후 중국 시장 변화와 기업의 대응’을 주제로 강연했다.

안유화 교수는 1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PPT 발표자료를 준비해 코로나19 이후 중국경제와 시장 변화,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와 중미 격돌 전망,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기업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강연내용

◆“코로나19, 세상을 진화시켰다” = 코로나19는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진화시켰다. 변화는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진화하면 돌아갈 수 없다. 맥킨지는 코로나 19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을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이라고 칭했다. 넥스트 노멀 시대에는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 등 경제와 사회 질서에 극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이런 변화는 인터넷에서 모바일과 클라우드 관련 IT 신기술로 더욱 진화한 새로운 경제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WTO에 따르면 2020년 세계무역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여파로 12.9%~31.9% 감소할 전망이다.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두자릿수 감소가 불가피하며 특히 북미와 아시아 지역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중국 역시 올해 1분기에 경제가 하락했으며 하반기에도 경제 충격은 여전히 클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략적 산업 육성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육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산업은 바이오 및 제약, 사물인터넷, 첨단 장비제조, 신재생 에너지 및 환경 보호, 빅데이터, 신에너지 자동화 산업 등이다.

중국이 이렇게 전략적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과거 청나라 때에 비단 등에 의존한 소비재 중심의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의도이다. 중국은 청나라 때 GDP가 당시 세계 1위였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공업이나 산업 기술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 현재 중국의 GDP도 높은 편이지만 그 산업 구조는 청나라 때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이 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신흥 산업의 발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중국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략적 신흥 산업이 GPD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에서 2020년에는 1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신형 인프라’에 40조 위안 투자 = 중국 정부는 최근 ‘신형 인프라’에 40조 위안(약 6,800조원)이 넘는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신형인프라 투자의 주요 내용은 △5G 기지국, 관련 설비(3,800~4,000억 위안) △도시간 고속철도, 도시궤도교통(1조6,000억 위안) △빅데이터 센터(600~800억 위안) △산업용 인터넷(500~1,000억 위안) △특고압 설비, 스마트그리드(900억 위안) △신에너지 자동차 충전 기반(100억 위안) △인공지능(300억 위안) 등이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내수경제 확대를 위한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촌, 농민을 통한 위기 탈출 전략을 다시 가동했다. 올해 4월 9일 중국 국무원은 ‘요소시장 분배체제의 완비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는데 토지, 노동력, 자본, 기술 외에 데이터를 새로운 생산 요소로 포함시키고, 앞으로 데이터 시장을 키우고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데이터는 모든 상품의 핵심이며, 특히 데이터 보안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98%의 중국의 기업들이 실물경제의 성장에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이제 만만디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실물경제 촉진 정책을 펴고 있다.

◆승부는 위기 때 결정…제품 차별화가 아닌 시나리오 다시 써야할 때 =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화한다. 이 변화의 흐름을 탔던 기업들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에서 또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승부는 위기 때에 결정된다. 역설적으로 상황이 나쁠 때에 좋은 일이 생긴다.

코로나19는 기업을 계곡에 빠뜨렸다. 치고 올라오는 기업은 알리바바나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아니라 몇 개월 안에 어떻게 하느냐가 기업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것이다. 제품 간의 경쟁이 아니라 시나리오 간의 경쟁인 셈이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징둥은 사스 위기에서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 설립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인 핀둬둬(PIN DUO DUO)는 ‘상품이 사람을 찾는’ 개념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핀둬둬는 10위안 정도의 ‘착한 가격’이면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고 무료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공동 구매 앱을 운영하고 있다. 눈여겨 볼 사실은 핀둬둬는 상품 구성 기획자(MD)가 한명도 없고, 그 역할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부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부자 100위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부자 5명은 중국에서 나왔다. 반면 루이비통의 공동 설립자 2명은 코로나19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데 지난 2개월동안 각각 180억달러의 부를 잃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500명 가운데 96명은 디지털 뉴미디어 산업에서 나왔으며, 부동산 부자보다 더 많았다.

◆미래 30년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 비벡 와드와(Wadhwa)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는 2018년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행동 않고 말로만 4차 산업혁명 외치는, 세계 500대 기업 70%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10년 전과 후의 세계 시가 총액 톱10은 크게 변했다. 10년 전에는 석유천연가스 업종의 기업이 톱10에 다수 랭크되었다면 지금은 하이테크와 인터넷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30년은 ‘먹고, 거주하고, 다니는 것’에 투자한 사람이 성공했다. 중국의 경우, 음료수 거부 종경후, 부동산 거부 허가인, 자동차 거부 이수복이 대표적이다. 미래 30년은 ‘여행, 건강비용, 양로, 문화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의 1990년대 출생 인구는 2억명인데 9천만명이 여성이다. 9천만명의 여성 가운데 1천만명이 성형수술을 했다. 나머지 8천만명의 여성들도 잠재적인 성형수술 수요자들이다.

또 중국의 0세~13세의 인구는 3억명이며, 60세 이상은 약 2.5억명이다. 13세 이하의 학생들을 겨냥한 온라인 교육이나 60세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건강 및 양로 산업이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으로 디지털 시장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접촉 출퇴근, 무접촉 회의, 무접촉 일처리 등 3무 방식의 원격근무 시스템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미국 패권국가 된 후 100년 지나, 다음 패권국은? = 세계사에서 패권제국은 1450년 포르투갈, 1530년 스페인, 1640년 네덜란드, 1720년 프랑스, 1815년 영국, 1919년 미국이었다. 미국이 패권 국가가 된 후 100년이 지난 지금,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앞으로 15년 동안 중미 관계는 냉전(冷戰)이 아닌 량전(凉戰)이 될 것이다. 중미 간의 경제패권과 이념패권이 혼합된 싸움은 트럼프 정부의 수명과 상관없이 지속되고 분쟁 영역도 확대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억제를 멈출까? 미국은 중국이 구소련처럼 되는 것을 원한다. 핵강대국 소련은 경제 문제로 붕괴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은 3가지이다. 첫째는 중국 내부의 단결과 통일적인 입장이며, 둘째는 국제사회에서 연합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며, 셋째는 미국 내 갈등의 심화와 경기침체이다. 이 싸움은 장기전이며, 결국 승리자는 전쟁터가 아니라 자신의 내부 문제를 개혁하고 해결할 수 있는 쪽일 것이다.

◆“파도를 보지 말고 바람을 봐야 한다” = 현대 기업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톰 피터스는 1982년에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당시 3,000개 미국 상장 기업 가운데 상위 1%인 43개사를 실사했다. 1992년에 14개 기업이 재무위기에 봉착했으며, 1개 기업은 파산했다. 2012년에는 70% 기업이 성장을 멈추고 5개 기업은 파산 혹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책은 사람, 문화, 자율성, 창의성, 공유가치가 중요하며 경영의 본질은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초우량 기업이라는 것은 정적인 개념이지만 세계는 변하고 있다. 2009년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100대 기업의 나라별 숫자는 미국 24개, 중국 7개, 일본 11개, 독일 10개, 프랑스 9개, 이탈리아 6개, 한국 1개였다.

2019년에는 미국 35개, 중국 19개, 일본 8개, 독일 6개, 프랑스 3개, 이탈리아 2개, 한국 1개였다.

앞으로 언택 인프라와 산업의 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원격의료,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온라인 스포츠, 온라인 컨설팅, 온라인 신선식품 공급 등의 산업이 부상할 것이다. 공급과 수요를 언컨택화 할 수 있는 혹은 이러한 변화를 빨리 실현한 기업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파도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데 바람을 보지 못하고 파도를 보았으니…”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나온다. 개인의 운명은 알았지만 시대의 운명은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몇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기업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박시현 기자> shpark@it-b.co.kr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아이티비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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