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회 영림원CEO포럼] 미중 무역전쟁,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인가?

“한국기업, 중국 가성비에 초토화될 수도”

한우덕 대표, 150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중국 가야하나, 발 빼야 하나?” “뜨거운 중국의 4차산업혁명, 한국은 중국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대표가 4일 15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미중 무역전쟁, 중국 시장은 한국기업의 무덤인가?’를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던진 화두이다.

한 대표는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체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국내 기업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고 비관하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글로벌 공급체인을 재점검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다시 무장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가성비 높은 제품에 한국 기업은 초토화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에 뒤지면 속국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중국을 이해하는 3가지 키워드 ‘중화DNA·당·돈’ =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사드 문제와 미세먼지 등이 이러한 인식을 더욱 부추겼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할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은 우리나라가 돌아서야할 대상이 아니다. 여전히 중국은 한국에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 더 중국에 대해 연구해야할 이유다.

중국을 이해하는 3개의 키워드가 있다. 첫째는 중화DNA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中華主義)가 아직도 살아있다. 사드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를 그렇게 밀어붙인 데는 중화사상이 깔려있다. 어린 아이들을 동원해 ‘롯데 반대’라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중화DNA가 여전한 까닭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근대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구 침탈을 겪으면서 손문, 모택동의 지도자들은 중국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었다. 서양 콘셉트의 근대화 잣대로 중국을 봐서는 안된다. 2012년 등극한 시진핑 주석의 일성은 ‘중국몽’이었다. 과거 중국의 영광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국가 프로젝트도 그러하다. 과거 강했던 한나라 때와 융성했던 당나라 때처럼 현재의 중국을 부흥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의 인식 속에서 현재의 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두번째 키워드는 당이다. 중국에서 당은 아버지이며, 국가는 아들이다. 1921년 설립된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당이 국가를 장악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당의 군대이지 국가의 군대가 아니다. 축구에 비유하면 중국은 심판이 볼도 차는 나라이다. 당과 국가가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돈이다. 중국의 급성장 배경에는 돈에 관한 중국만의 남다른 콘셉트가 있다. 중국 속담에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돈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강하다. 중국 짝퉁이 판치는 것은 돈만 되면 된다는 사고가 그 이유다.

결론적으로 중화DNA, 당, 돈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 한국이 가장 큰 타격 받을 것” = 중국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현재 중국은 커피 전쟁 중이다.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는 2017년 11월에 문을 열었는데 1년 만에 1500개의 가맹점을 만들었다. 그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한잔 값이 한화로 1200~1500원이며, 한잔을 사면 한잔을 더준다. 여기에다 주문 후 20~30분 안에 배달 서비스도 해준다.

이 루이싱 커피에 스타벅스가 큰 타격을 입었다. 스타벅스는 1999년 중국에 진출해 지금까지 3500개의 가맹점을 구축했는데 1500개 가맹점을 갖추기까지에는 12년이 걸렸다. 스타벅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루이싱커피 처럼 배달 서비스도 개시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Geely)도 급성장하고 있다. 볼보를 인수하고 벤츠에 지분을 투자했다. 지리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체가 현대자동차이다. 현재 중국내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0%인데 앞으로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의 도약은 한국 기업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중국이 2015년부터 제조 강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CATL은 올해 5월까지 실적 집계 결과, 파나소닉을 제치고 전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컸다. 중국 정부는 LG, 삼성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의 성장에도 중국 정부의 정책적 후원이 컸다.

삼성의 갤럭시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로 한때 시장점유율이 20%대에 이르렀지만 사드와 노트7 발화사건 등으로 올해에는 0.8%로 떨어졌다. 최근 S10을 내놓았지만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 장악 국가가 글로벌 헤게모니 쥘 것” = 중국은 4차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무역 전쟁은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이다. 이제부터는 신기술을 장악하는 나라가 글로벌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11월 11일 온라인에서 할인 판매하는 광군절이 열린다. 2018년에는 하루 동안 매출이 2135억 위안, 한화로 36조원을 기록했다. 배달 소포만 10억개였는데 보통은 하루만에, 늦어도 48시간 안에 배달됐다.

궁금한 것은 어떻게 중국 전역에 걸쳐 하루만에 배달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빅데이터 구축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르무치는 신장성에 위치한 변방의 도시인데 빅데이터를 통해 이곳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예상되는 구매 물량을 우르무치에서 가까운 물품창고에 두고 여기서 바로 배달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의 데이터센터에서는 내몽고, 절강성 등 중국 전역의 판매 상황 등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축적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꽃은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나라가 결국은 승리할 것이다.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마음껏 데이터를 모은다.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유다.

작년 중국에서는 콘서트장에서 11명의 수배범을 검거해 화제가 됐는데 범인을 잡은 것은 얼굴인식시스템이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모든 중국인들의 얼굴을 식별하는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공항, 호텔 등에 확산되고 있다.

심천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100% 전기차이다. 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곳은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인 BYD이다. 정부가 이 전기차를 모두 사준다. 그래서인지 BYD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B2G라고 말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3가지 관전 포인트 = 지금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에 미국이 제동을 거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양국간의 무역 협상은 타결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실행이다. 미국은 중국이 반드시 실행하도록 하고 그러면 관세를 내려주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약 3000억 달러인데 앞으로 1000억 달러까지는 감수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매파인 스티브 바논(Steve Bannon) 전 백악관 수석전략관은 “트럼프의 초점은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중국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테면 중국의 애플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려고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을 보는 3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트럼프의 거래 대 시진핑의 지구전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 것인지, 둘째 미국의 냉전식 대응에 중국은 굴복할 것인지, 셋째 중국의 정책 효율성과 미국의 시장 균형 싸움에서 누가 최후 승리할 것인지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디커플링(Decoupling)하게 되면 우리로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너무 가까운 나라이다. 우리는 미국 편이라고 할 수 없다. 과거 사대로 국가를 지켰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결국 문제는 우리이다. 다섯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4차산업혁명 시대에 초격차 혁신이 없다면 모두 죽는다.

셋째, 시장을 사지 말고 기업을 사라.

넷째, 중국 가성비에 우리 기업이 초토화될 수 있다.

다섯째, 매력 비즈니스, 그거라도 잘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계속 부딪힐 것이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애플은 양국 무역 분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애플에게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은 애플에 비해 유리한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공장 생산 규모는 한 때 2억대에서 지금은 1억대 미만으로 줄고, 베트남 공장의 생산 규모는 2억2천대로 늘었다. 우리 기업들은 생산 지역을 여러 곳에 분포시킨 삼성처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특성은 승자독식이며, 표준이 시장을 주도한다. 중국 대학들은 교육부에 과 조정을 신청했는데 90% 이상이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우리는 중국에 인공지능 속국이 될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택시 잡기가 힘들다. 위챗의 공유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사복을 입은 젊은이가 고급 세단을 몰고 와 운전한다. 요금은 한국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혁신과 창조를 하려면 먼저 파괴를 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는 파괴적인 혁신을 막고 있다.

우리는 중국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에 뒤지만 속국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1위 업체인 중국 CATL의 주식 15%를 일본 전자부품업체인 TDK가 갖고 있다. TDK는 CATL의 전신인 ATL에 100% 투자했는데 ATL의 창업자가 2011년 CATL을 만들자 15%의 주식을 받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 기업인 텐센트는 작년에 게임만으로 약 17조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 텐센트는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 회사가 개발한 게임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텐센트에 게임을 제공해주었을 뿐 지분 인수 등의 시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중국 시장의 트렌드는 가성비이다. 중국에서는 1990년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는데 돈이 많지 않은 이들은 싸고 좋은 제품을 인터넷 가격 비교를 통해 구입한다.

세계 최대 제조 국가인 중국에 가성비가 더해진다면 중국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 지리가 볼보를 인수해 만든 ‘볼보 S90’ 세단은 다른 세단에 비해 1천만원 정도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같다. 한국에서도 올해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이 배터리나 이어폰 등에서 벗어나 자동차까지 가성비 있는 제품을 생산하면 한국 기업은 초토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중국 시장 진출의 선수를 바꿔야 한다. ‘소프트 차이나’에 그 해답이 있다. 패션, 인터넷 및 모바일, 영화 및 드라마, 유커 비즈니스, 화장품 및 성형, 헬스케어, 유아 시장, 공연 및 게임, 농수산품 및 먹거리 등이 그것이다.

우리 식으로 중국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중국도 어느 정도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췄다. 과거처럼 우리가 만든 제품을 중국에 잘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신은 금물이다. 더욱 치밀하게 중국에 대해 연구해야할 때이다.

<박시현 기자> pcsw@bikorea.net

영림원 CEO포럼에서 강연된 내용은 ㈜비아이코리아닷넷의 [영림원CEO포럼]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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