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천축국전_6] Welcome to Pink City

영림원소프트랩 고객가치마케팅팀 최인영

Day 7.

인도에는 ‘푸르’가 붙은 지명이 많은데, 이는 ‘성이있는 도시’란 뜻이다. 오늘의 목적지  ‘자이푸르’는 자이왕의 도시라는 뜻으로 라자스탄주(州)의 중심 도시다. 암베르 통치자인 마하라자 자이싱 2세가 암베르에서 이곳 자이푸르로 1728년에 천도하였다고 한다. 흠… 알고 있다. 인도 역사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가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이 도시가 분홍빛으로 물든 사연이다. 이 도시의 특이한 점은 분홍색의 건물들이 많다는 것인데,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876년, 영국 왕가의 방문 시기에 맞춰 시내 건축물의 벽을 전통적으로 환영을 상징하는 분홍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 성공! 외교적으로 영국의 비위를 맞춰 당시에도 라자스탄주는 어느정도 자치권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같은색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시는 ‘핑크 시티’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인도의 슬픈 역사지만 그래도 신기하지 않은가? 다음 목적지인 ‘조드푸르’는 ‘블루 시티’, 그리고 이번 여행에 일정상 가지 못한 ‘자이살메르’는 ‘골드 시티’라는 애칭이 있다. 이 도시들이 라자스탄주의 3대 도시이다.


<갠지스 최는 거짓말 안한다. 보시라. 모든 건물들이 다 분홍빛이 아닌가.>


<인도 답지 않게 헬멧을 쓰고 달리는 오토바이들은 낯설기만 하다.>

아그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자이푸르로 향한다. 약 230km 거리로 비교적 짧은 이동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뜨거운 더위와 싸우며, 인도식 중국음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음식이 매우 짰지만 그래도 한 접시를 깨끗이 비운다. 식사 후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린다. 예상과 달리 깨끗한 고속버스가 우리를 반긴다. 쾌적한 하다. 그리고 이미 익숙한 끊임없는 경적소리. “뛰뛰빵빵~!” 4시간을 달려 자이푸르에 도착한다. 자이푸르는 계획도시라고 한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본 도시는 잘 정비되어 있는듯 했다. 비교적 부유한 라자스탄주답게 5층이상의 고층 건물들과 신식 상점들이 보인다. 그리고 헬멧을 쓰고 달리는 오토바이들. 헬멧 따위는 쓰지 않는 것이 미덕인줄 알았는데, 내가 그간 본 인도와는 이질적이지만 품위 있다. 도착하니 해는 이미 서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하지만 일행이 있는 지금, 낯선 도시의 어둠 따위야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마르코는 동물적인 감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리의 숙소를 능숙하게 찾아낸다. 이 친구, 인도에서 한달 째 여행중이라고 했던가? 훌륭하다. 밤 늦게 도착해 호스텔 옥상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함께하니 찾기 쉬운 머스테쉬 호스텔 >


<도시다운 모습이지만, 낙타가 끄는 수레는 이곳이 인도임을 실감케 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난다. 키가 2미터가 넘어 보이는 영국인 남자와 온몸에 문신이 있고 술병을 끼고 자고 있는 미국인 아저씨와 방을 공유했다. 난 이곳 자이푸르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델리의 친절한 호스텔 주인 ‘바두’가 예약해준 기차를 타고 ‘조드프루’로 이동을 해야하기에 일정을 서두른다. 마르코는 ‘자이푸르’에서 하루 더 묵을 예정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늦잠을 잔다. 결국 같이 온 한국인 레이첼과 아침 일정을 시작한다. 우선 우리는 ‘앰버 포트’로 향한다. 산 정상에 있는 이 성은 툭툭이를 타고 30분 이상을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다. 출발할 때 툭툭이 기사와 ‘투 피풀 투게더, 투 헌드레드’로 딜을 하였다. 하지만 목적지에서 ‘You, You, each, 투 헌드레드’를 달라는 툭툭이 기사와 또 실랑이를 한다. 이거 왜 이러시나, 이제 인도의 생태 파악이 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이라면 싸울 필요 없이 200루피만 주면 된다. 우훗, 이겼다! 아닌가? 원래 100루피의 거리일까? 진 것인가? 찜찜하다.


<툭툭이를 타고 ‘엠버 포트’가 있는 산 정상으로>

앰버 포트 앞 노점상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우리나라의 고추튀김과 비슷한 ‘마치바지’라는 음식과 함께 인도인이라면 역시 짜이로 허기를 달래야 한다. ‘마치바지’는 짧은 오이 정도의 굵기의 고추 속을 감자와 카레 같은 것으로 채워 튀긴 음식이다. 짜이의 가격은 20루피, 바라나시에서 5루피였는데… 그냥 사먹기로 한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짜이의 양은 적지만, 가격만큼은 넓은 바가지이다. 노점상 앞에 앉아 바라본 앰버 포트는 꾀나 웅장하다. 앰버 포트는 요새 겸 아름다운 성이다. 이 성은 16세기 무굴 황제 ‘악바르’와 혼인동맹을 맺은 ‘마하라자 만 싱’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18세기 ‘스와이 자이 싱’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더운 날씨에 저 산 위에 저렇게 큰 성을… 인도인들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으리라 쉽게 짐작된다.

성은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산아래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보존도 깨끗하게 잘 되어있다. 그래서 인지 관광객이 많다. 성의 메인 건물에 들어가려면 입장료 500루피를 내야하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턱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평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성 입구에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방법으로 코끼리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금액이 만만치 않아 걸어 올라간다. 굽이 굽이 오르막길, 어느정도 까지는 코끼리와 길을 공유해야한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코끼리 똥을 밟지 않게 주의하는 동시에, 코끼리에게 밟히지 않게 조심하자.


<아시안 몽키의 뒤에 진짜 인도 원숭이씨가 앉아있다. 그 뒤로 다음 목적지인 ‘자이거 포트’가 보인다.>

‘앰버 포트’는 산 위의 궁전이지만 그 규모가 상당하다. 넓고 아름다운 성, 그 안에 힌두교 사원도 있었으나 외국인의 출입은 통제한다. ‘앰버 포트’도 아름다운 성이었지만, 웬지 나는 다음 이동지인 ‘자이거 포트’가 더 마음에 든다. 폐허와 같이 버려진듯 한 ‘자이거 포트’는 ‘앰버 포트’와 달리 관광객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하다. 인도에서 맞은 두번째 고요함. 성벽을 따라 걷는데 성안 버려진 방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도소리를 따라가니 인도인 한 명이 앉아서 신께 기도를 올리고 있다. 힌두교 경전소리를 뒤로하고 시간과 관광객에게 외면 받은 성곽을 따라 돌며 바람소리를 즐긴다. 인도가 이렇게 조용할 수가! 나는 이곳에서 조용함이란 사치를 부려본다. 산 아래 ‘잘 마할’도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잘 마할은 호수 위에 지어진 성이다. 성이 먼저인지 쓰레기가 먼저인지 호수가 먼저인지 알게 뭔가. 아름다운 성과 상반된 더러운 호수는 정말 인도 답다. 조형물에 기대 삐딱하게 폼을 잡고 사진 한 방 찍고 싶어도, 태양 아래 달궈진 인도는 인간의 접촉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자이거 포트로 가는길에 야생 공작새를 보았다. 야생 공작새도 신기하지만, 호랑이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버리진 성을 따라 걸으면 바람소리를 즐긴다. 산 아래 호수 위 ‘잘 마할’이 보인다.>


<호수위의 궁전 ‘잘 마할’, 그 앞에서 라자스탄 전통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


<조금만 옆에서 보면 호수가 얼마나 더러운지….>


<중동의 테러리스트들 절대 지지하지 않지만, 그들의 복장만은 이해한다.  덥다.>
호스텔로 돌아와 보니 마르코가 끙끙 앓고 있다. 그가 어제 먹은 음식이 잘못된 듯 하다. 에어컨도 없는 찜통같은 방이 상태를 악화시켰으리라. 예쁜 외국인과 방을 공유한 그를 부러워 했었는데, 인생은 역시 ‘새옹지마’다. 한국에서 가져간 소화제를 줬으나, 멕시코놈에게 약발이 들까 의문이다. 바라나시에서부터 아그라까지 우정을 쌓았는데, 걱정이다. 이런 여행에서는 아픈것도 사치라는 생각으로 물갈이도 안하고 일주일을 버틴 나로썬 이 나약한 멕시코놈이 안쓰럽기만하다. 그래도 마르코는 인정받은 네비게이터였는데, 버리고 갈 수는 없다. 마르코도 힘을내어 다음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다. 그렇게 찾은 다음 장소는 ‘하와 마할’. 인도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놀랄 준비가 되셨는가???

짜잔.


<타지 마할, 잘 마할, 하와 마할… 마할은 궁전이라는 뜻이다.>

‘하와 마할’ 역시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0루피이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은 25루피! 마르코는 학생증을 들이밀며 할인을 받는다. 스페인어로 쓰인 학생증을 어차피 그들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약삭빠른 마르코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멕시코도 외국인 관광객 등을 잘 친다고 조언해 준다. 뜻 밖의 150루피를 더 지불하고 입장한 이곳, ‘하와 마할’은 바람의 궁전이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950여개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으로 실내를 서늘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라고 한다. 수많은 창문의 또 다른 용도는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왕궁의 여인들이 시내를 내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창이라 한다. 나도 그 시대 여인이 되어 창밖을 빼꼼히 내다본다. 카레를 잘먹으면 나도 왕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인이 될 수 있을까? 하와 마할 안에서만 갖혀 지내며 평범함을 내다보는 삶과, 하와 마할 밖에서 화려한 궁전을 감상할 수 있는 삶 중 어느것이 더 아름다운 삶이었을까? 이 아름다운 궁전을 밖에서 볼 수 없다면 그 또 한 비극일 것이다.


<바람의 궁전 내부에서 바라본 창문들, 밖에서 보는 아름다움이 역시나 훨씬 크다.>


<궁전 안쪽, 뒤로 유명한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가 보인다.>

자이푸르의 짧은 여정은 ‘하와 마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픈 마르코와 레이첼을 호스텔에 남겨둔 채 조드푸르로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다시 혼자가 되어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는 처음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어떤 기차를 타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혼자인 나는 다시 긴장한다. 어떤 사람에게 물어야 뒤통수를 맞지 않을지, 착해 보이는 질문 상대를 사냥하듯 물색한다. 결국 배낭을 메고있는 대학생에게 기차표를 보여준다. 그는 친절하게 플랫폼 위치를 확인해주는 것도 모자라, 차량번호까지 확인해 차량 안 좌석까지 날 안내해 주었다. 기차 길이는 최소 50량은 연결된 듯하다. 내가 서있던 위치에서 한참을 걸어가 나의 차량을 찾았으니, 그가 아니었으면 난 미아가 되었을 것이다. 망고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기차에 오른지라 허기를 느낀다. 기차 안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 들고 먹이를 끌고 나무위로 올라가는 표범과 같이 3층 침대 칸 위로 올라간다. 표범이라 하기엔 침대 위에 올라 앉으니 천장이 머리에 닿아 편히 앉을 수 없다. 결국 외로운 아시아 원숭이로 돌아와 쪼그리고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다.


<아시안 원숭이의 좌석 안내까지 도와준 인도 대학생, 여행중인 그의 핸드폰은 누가 훔쳐갔다 한다. 그도 경황이 없었을 텐데… 정말 고마웠다!!>


<선풍기는 천장에 있지만, 3층 침대 칸에 오르니 이제는 발 밑에 있구나…>


<그리고, 망고, 너는 참 달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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