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음악실] 9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쇼팽

“한 손으로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나 봐?”
“그래야 다른 한 손으로 네 손을 잡을 수 있으니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즈음 자주 생각나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성인이 되면 얼마나 더 화려해질지 기대되는 고등학생의 작업멘트입니다.

 

대만의 톱스타 주걸륜이 이 영화의 감독이자 남자 주인공입니다.

음악적 재능으로 어려서부터 음악을 많이 접해온 그는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이를 직접 편곡한 곡들을 선보입니다.

영화, 음악, 연기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그의 자아를 한 방에 실현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이자 주연배우였던 주걸륜은 자신의 캐릭터를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가졌을 뿐 아니라 능력 있고 예쁜 여성들로부터 사랑받는 매력적이면서도 순애보적인 인물로 그려낸 욕심쟁이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비밀을 품은 여자 주인공 샤오위입니다.

 


계륜미는 이 영화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 여전히 영화 속 이름인 샤오위로 많이 불리곤 합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다시 봐도 이 영화는 샤오위가 다 했다 싶을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라 내용 설명이 길어질 듯하여 영화 소개는 링크로 대신하고
이번 달의 곡을 소개합니다.

 

상륜(주걸륜)이 피아노 왕자라 불리는 선배와 배틀을 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상륜은 이 대결에서 승리하여 얻게 된 구하기 어려운 악보를 샤오위에게 선물하여 마음을 표현합니다.

빠르고 경쾌한 셋잇단음표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곡과 함께 애잔하면서 따뜻한 멜로디의 세 박자의 왈츠 곡을 주고 받으며 대결을 펼치는데, 이 곡들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로 쇼팽을 꼽는 주걸륜이 영화를 위해 살짝 편곡한 쇼팽의 에튀드와 왈츠입니다. 마지막 곡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편곡한 곡입니다.

 

유명한 대결 장면을 보여 드립니다.

 

 

당시 피아노 연습실에 가면 한 두 명은 꼭 이 배틀에 나온 곡들을 연습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곡은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5번입니다.

 

Chopin Etude Op.10 No.5

 

에튀드는 불어로 ‘연습곡’을 뜻하는데, 흔히 피아노를 얼마나 치는지 판단할 때 묻곤 하는 체르니 100번, 30번 등이 모두 연습곡입니다.

쇼팽 이전까지의 에튀드는 전부 단순히 기계적인 훈련을 요구하던 곡이었습니다. 그러나 쇼팽이 1833년 독보적인 예술성을 불어넣은 혁신적인 연습곡을 발표합니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테크닉은 연주의 일부일 뿐이며, 정서와 예술적 표현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음악이 된다고 믿었던 쇼팽은 24개의 에튀드를 통해 연습곡 또한 한 형태의 작품으로 분류되도록 음악사의 흐름을 바꿉니다.

쇼팽 에튀드는 연주를 통해 테크닉과 예술성 모두를 볼 수 있기에 피아노 전공자들의 입시곡으로도 오랫동안 쓰여왔으며, 20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걸작입니다.

전체 스물 네 곡은 본래 제목이 없었지만 여러 연주자들이 겨울바람, 혁명, 나비와 같은 별명을 붙여온 것이 곡의 번호 대신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걸륜이 편곡한 쇼팽 에튀드의 원곡은 ‘흑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곡으로, 별명대로 오른 손이 검은 건반 만을 연주하는 곡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흑건을 연주하다 즉흥적으로 조를 바꿔 백건으로 연주를 하여 동급생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의 연주.
리시차는 건반위의 검투사라 불릴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타건과 남성 피아니스트에 견줄 만한 박력있는 연주를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로, 2007년 쇼팽 에튀드 전곡 연주를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을 계기로 스타 피아니스트로 도약합니다.
유튜브 클래식 연주 최다 조회수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두 번째 곡은 쇼팽 왈츠 작품번호 64-2번입니다.

 

Chopin Waltz Op.64 No.2

 

왈츠는 3/4박자의 춤곡, 또는 그 곡에 맞춰 남녀 한 쌍으로 원을 그리며 추는 춤입니다.

쇼팽은 본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왈츠 또한 놀랍도록 다채롭고 매혹적인 장르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곡 자체로 예술작품이 된 쇼팽의 왈츠는 음악적 표현으로 인해 그에 맞춰 춤을 추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주걸륜이 편곡해서 영화에 사용한 쇼팽 왈츠 64-2번은 쇼팽 사망 2년 전 작곡된 곡입니다.
당시 고국 폴란드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했던 쇼팽은 이 곡을 폴란드 고유의 민속 춤인 마주르카의 리듬에 가깝게 작곡합니다. 연인 조르주 상드와 이별하고 폐결핵으로 투병하는 등 피폐했던 만년의 쇼팽은 슬픔과 고통을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로 승화시킵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의 연주.
유자 왕은 다른 유명 피아니스트들과는 약간 다른 행보를 걷는 스타 피아니스트입니다. 피아니스트들의 전형적인 커리어를 좇지 않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온 유자 왕은 2007년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대타로 협연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연주에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나오기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그녀는 끊임없이 발전하며 언제나 혁신적이고 광기가 느껴지는 연주로 관객들을 끌어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륜과 샤오위가 연탄곡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첨부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의 곡을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나중에 좋은 연탄곡도 몇 곡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연습곡 Op. 10 & 25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귓속말 샤오위
샤오위 독사진
피아노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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