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음악실] 10월, 두 개의 달빛


즐거운 연휴 보내셨습니까?

개천절, 추석, 한글날로 이어지는 방학 수준의 휴가를 얻어 감사한 마음으로 재정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추석은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했지만 매년 그래왔듯 보름달에 소원도 빌었습니다.

소원을 빌 때면 유심히 보게 되는 추석 무렵의 보름달은 다가올 추위를 예견하는 듯 어딘지 비장하기도, 제법 서늘해진 바람과 함께 또 한 해의 지나감을 알리는 듯 처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달빛이 그려지는 두 곡이 있습니다.

 

 

Beethoven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The moonlight”

Debussy Suite Bergamasque No.3 “Clair de lune”

 

 

같은 제목의 두 달빛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곡들입니다.

그러나 이 두 곡은 같은 제목 아래 형식도, 분위기도, 작곡 시기도, 제목이 붙여진 과정도 다르며,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알파벳, 한글 표기를 각각 the moonlight-clair de lune, 월광-달빛으로 하여 완전히 다른 곡임을 제목의 표현에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각 곡의 앨범 재킷들입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의 베토벤-드뷔시 달빛의 이미지입니다.
다만 베토벤의 월광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 별 느낌이 다릅니다.
 

 

 

Beethoven Sonata No.14 in C sharp minor Op.27 “The moonlight”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베토벤 소나타 14번 월광은 소나타 형식입니다.

소나타는 서양음악의 가장 대표적인 형식으로, 빠르고 느린 몇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품입니다.
베토벤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습니다. 이는 피아노의 구약성서로 일컬어지는 바흐 평균율에 이어 신약성서라고 불릴 정도로 방대하고도 위대한 유산입니다.

사망선고와도 같은 청력 상실에도 음악적 사명을 다 했던 그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며 천재적인 파격을 보였습니다.
3대 소나타라 불리는 8번, 14번, 23번 소나타는 각각 비창, 월광, 열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지난 번 쇼팽 에튀드와 마찬가지로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이 아닌, 대중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번 달 소개 드리는 ‘월광’은 시인 H.F.L.Rellstab가 이 곡의 1악장을 듣고 ‘달빛에 물든 루체른 호반위를 지나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는 발언을 한 데서 제목이 유래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
 

다니엘 바렌보임은 특정 시대, 특정 연주자에 심취하지 않고 방대한 레퍼토리를 만들어온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며,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 이슈는 그의 명성과 영원히 함께 언급될 문제로 남았습니다. 유대인인 그는 영국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기의 결혼식을 올립니다.

 


재클린 뒤 프레와 행복했던 때

재클린과 함께 연주를 다니며 지금의 명성을 쌓아왔으나 그녀는 불치병에 걸리게 되고, 바렌보임은 홀로 승승장구하며 클래식 계 정상에 오르고 러시아 인 피아니스트와 불륜에 빠지게 됩니다. 불륜으로 자식까지 두 명 낳게 된 그는 아내의 죽음 이후 그녀와 재혼하고 이런 문제로 음악성마저 저평가 받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욕을 많이 먹는 피아니스트입니다.

 

 

Debussy Suite Bergamasque No.3 “Clair de lune”

 

 


클로드 아실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 ~ 1918)
 

또 다른 달빛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의 대표작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세 번째 곡입니다.

‘Clair de lune’이라는 제목은 드뷔시가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의 시에서 인용하여 직접 붙인 제목입니다.

모음곡 네 곡 모두에서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바로크 음악을 예찬했던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만의 독특한 화성과 신비로운 음색이 돋보입니다. 이 중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삽입되고 특히 2008년 영화 트와일라잇의 OST로 더욱 유명해진 3번 ‘달빛’은 그 신비로운 화성과 은유적 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신고전주의자 드뷔시’의 음악적 신념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조성진의 연주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94년생 위인입니다.
2015년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로, 당시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좋은 건 크게 봐야 합니다.
 

쇼팽 콩쿠르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의 하나로,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로망이자, 콩쿠르의 끝판왕입니다.

쇼팽의 출신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며, 전세계에서 지원자들의 영상을 받아 예선 160명을 선발하고 이들이 예선을 위해 모이는 것으로 경연이 시작됩니다. 예선을 치른 후, 본선 진출자 80명을 선발하고 4단계의 경연을 거쳐 1,2,3등을 뽑아 시상하며 각 순위에 적합한 사람이 없으면 공석으로 두고 다른 순위만을 시상합니다.
그렇기에 피아노 콩쿠르의 1등은 신이 내린다고 할 정도로 2등, 3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나게 됩니다.
역대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폴리니, 아르헤리치, 짐머만, 부닌, 윤디리 등이 있으며 이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들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대회 결선에서 화가 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조성진의 스승과 원한 관계가 있었고, 그가 조성진에게 10점 만점 중 최하점인 1점을 줬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 9~10점을 받아 우승하게 된 것입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우수한 참가자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한 것이 더욱 놀랍습니다.

 


16세에 일본의 하마마츠 콩쿠르에서도 최연소 우승하는 등 국내외 여러 차례 콩쿠르에서 수상했습니다.
 

조성진은 엄청난 양의 연습으로 쌓은 탄탄한 기본기로 연주법의 정석을 보이며 작품 자체의 감성을 흡수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천재적인 노력파입니다.
드뷔시 연주로 먼저 소개했지만 앞으로 많은 곡의 연주 영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추석 달빛 아래 빈 착한 소원들이 모두 이뤄지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참고자료
베토벤 소나타
네이버 지식백과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네이버 지식백과
 

이미지 출처
베토벤 앨범
드뷔시 앨범
월광
달빛
베토벤
바렌보임 뒤프레 행복했던 때
드뷔시
조성진 우승
16세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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